치유와 친환경 측면에서 본 도시농업의 중요성

[보건포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 윤형권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윤형권 박사

디트로이트 시내에 산재해 있는 1500개의 길거리 텃밭은 단순히 토마토, 양배추를 재배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신선한 채소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웃 간에 화합하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도시농업 예찬론자인 데비타 데이비슨이 지난해 봄 벤쿠버 TED(기술, 오락, 디자인 분야 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자동차의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는 한때 세계 제일의 공업도시였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쇠퇴해가는 도시의 상징이 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최근 디트로이트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농업을 통해 활기 넘치는 새로운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공업도시 디트로이트 되살린 도시농업의 역할

디트로이트의 도시농업은 '공동체'가 핵심이다. 도시의 버려진 공간에 시민들이 과일이나 채소, 꽃 등 식용 식물을 함께 재배하고 수확물을 공유한다. 시민들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도시농업 공간은 활력이 넘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간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들이 현장교육, 워크숍, 기술적 지원 등 도움을 제공한다. 도시농장은 예술, 건축, 지속 가능한 생태계 및 새로운 시장 경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민이 농촌과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농업의 블루오션으로 독일의 클라이가르텐, 영국의 알로드먼트, 일본의 시민농원과 같이 단순한 생산기능을 넘어 교육, 여가, 커뮤니티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진 장소로 발전시켜 함께 가꾸고 일구고 나누고 하는 화합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도시농업의 중요성 갈수록 증가

우리나라도 단순 텃밭 재배로 시작한 도시농업이 이제는 공동체 개념으로 발전해 이웃이 함께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주시 노송동 문화1길 주민들은 꽃과 채소로 골목길을 가꾸고 이웃과 소통하고 있다. 텃밭 만들 공간이 없어 골목길 담장 아래에 주민들이 각자 준비한 작은 화분과 상자, 스티로폼 재활용 상자 등에 꽃과 채소를 심어 가꾸고 있다.

처음에는 동네의 한 주민이 시작했으나 이웃주민들이 동참하면서 이제는 온 동네가 꽃과 채소가 풍성한 마을이 됐다. 서로 왕래가 없었던 이웃들이 이제는 골목길의 화분을 가꾸면서 대화를 하고, 각자 갖고 있는 종자나 화분을 교환하는 등 이웃 간 소통이 활발해졌다.

서울시 강동구는 지난 달 24~25일 도시농업을 매개로 더불어 행복한 도시농업 up, 미세먼지 down이라는 주제로 9회 강동 도시농업 원예 박람회를 열었다. 구는 지난 2009친환경 체험농장 개장을 시작으로 2010년 전국 최초로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조례를 제정해 더욱 더 도시농업 확산에 나섰다.

20111회 도시농업 축제를 개최해 도시농업의 풍년릉 기원하는 퍼포먼스와 농경문화 체험프로그램을 다른 문화축제와 연계하고 시민들의 화합의 장을 열었다. 또한 함께 나누자는 의미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해 불우이웃돕기 김장나눔 행사를 통해 서로 나눔의 모습도 보였다.

도시농업은 도시 안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경관과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가정과 이웃, 지역, 학교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텃밭이라는 공동의 공간과 관심사를 통해 세대 간, 이웃 간, 도시와 농촌 간 소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절된 지역공동체를 연결하고 소규모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도시민들은 정서적인 행복감을 찾는다. 아이들과 함께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라는 것을 함께 관찰하며 가족 간 소통도 하고 이를 통해 정서적인 만족과 여유를 느낀다. 열매 맺는 생명체를 돌보는 활동을 통해 도시민들은 보람, 성취감과 함께 심리적 안정을 통한 치유의 효과도 누린다.

도시농업으로 현재와 미래가 행복

현재 도시농업 참여자는 210만명으로 2010년 대비 약 14배 이상 성장했다. 단순히 베란다에 식물을 기르고 집 앞의 텃밭을 가꾸는 것으로 여겨졌던 도시농업은 농업활동을 통해 문화, 환경, 건강, 교육 등과 접목해 융복합 서비스 산업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도시농업의 성장은 자연속에서 인간이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친환경·지속 가능한 먹거리, 환경에 대한 자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지자체 별로 도시농업 조례 제정건수가 2018년 기준 100건에 달하며 도시농업전문가가 3000여명이 배출돼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도시농업이 시민들에게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텃밭체험이나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었다. 또 다채로운 교육, 체험, 봉사활동 확산을 실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로 주민들의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만 되면 동네 텃밭이나 도시 근교의 주말농장은 도시농부들로 북적인다. 걸음마를 뗀 꼬마농부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올해는 가정마다 텃밭 하나씩 만들어 보자. 아파트에는 작은 베란다 텃밭이라도 좋다. 행복은 소득이 높아진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도시농업을 통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정서적으로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