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회장의 고민 '명분과 실익'

[데스크칼럼]

의료계 대정부 투쟁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8일간의 단식 도중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단식은 지난 2일부터 시작됐다. 의협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는 2일 청와대 앞에서 대정부 투쟁 계획을 발표하고 6개 항목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의쟁투 위원장인 최대집 회장이 이촌동 구 의협회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것.

최 회장은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의쟁투는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다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모든 것들과 싸우겠다”며 의료계와 국민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이라며 정부 당국과 국회 결단도 촉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의사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날 의쟁투가 정부에 요구한 6개 항목은 文케어 전면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 의과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미지급 건보 국고지원금 24조원 즉각 투입이다.

일단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최 회장의 단식이 내부동력 결집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여부에 따라 더 강도 높은 투쟁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 회장의 단식 기간 동안 의료계 인사들은 물론 다수의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도 단식장을 찾았으며, 수많은 의료단체들이 의쟁투를 지지하고 향후 대정부 투쟁에 동참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어쨌든 ‘전국의사 총파업’은 수순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 회장의 고심도 커져갈 것이다. 정부가 뚜렷한 대응 없이 향후 대화를 통해 논의하자는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투쟁으로 정부로부터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전국의사 총파업 이후 의사협회의 위상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최 회장의 소통부재’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평의사회는 최 회장의 투쟁 방식에 대해 “회원들과의 공감 노력이 없었다”고 질책하고 “투쟁을 통해 챙취하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사회도 최 회장의 단식을 "최대집 1인을 위한 원맨쇼"라며 비판했다. 의협 집행부의 일방 통행식 투쟁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최근 2년여간의 정부 보장성 강화대책의 최대 수혜자인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호의적이다. 이는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이라는 정책 취지와도 맞물린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문재인 케어 2년 성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 2년 동안 약 3600만명의 국민이 2조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증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었으며,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도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6월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80% 이상이 건강보험 보장성과 관련해 ‘과거 보다 향상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의료계 내부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의쟁투의 대정부투쟁이 빛을 잃는 이유다.

최 회장의 응급실행으로 방상혁 의협 부회장과 집행부 전원이 무기한 연대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그들만의 투쟁’이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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