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시 식이관리의 중요성

[보건포럼] 한국식품연구원 헬스케어연구단 최효경

한국식품연구원
헬스케어연구단 최효경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보면 가끔 각종 채소나 약초 등을 활용한 독특한 식이요법으로 중증의 암을 완치했다는 극적인 사연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얘기가 소개될 때마다 텔레비전 화면 하단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이라는 내용의 짤막한 자막이 등장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암 치료법을 애써 무시할 일은 결코 아니다.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암 역시 발병 후 식생활 조절을 통한 관리가 치료효과 증진 및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암 발병 예방 및 치료와 관련된 식품 및 식품 활성성분의 기능에 대한 기초연구와 공개된 통합정보는 아쉽게도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암 예방을 위한 식이와 암 치료 과정 중의 바람직한 식이는 분명 다를 수 있다. 암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에 흔히 건강식이라고 알려진 잡곡과 푸른 잎채소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암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암 치료 과정 중에는 일반적으로 단백질과 열량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암세포가 자라면서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 때문으로, 이 물질은 뇌하수체에 작용해 맛과 냄새에 대한 감각이상을 초래하고 식욕을 저하시킨다. 이로 인해 암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냄새가 강하거나 철분이 많은 고단백·고열량 식단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향이 발생하고,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면서 백혈구 및 항체의 기능 저하로 면역력 유지가 어려워진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화이트헤드 의생물학 연구소, 하버드-MIT 포괄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지난 2018년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주로 단백질이 풍부한 콩, 고기, 생선, 계란 등에 많이 들어있는 히스티딘이 함유된 영양 보충제를 백혈병이 걸린 실험쥐에 식이 섭취시킨 결과, 이들 쥐에게 투여한 메토트렉세이트라는 백혈병 치료제(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더욱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항암치료에 있어 식이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식이 조절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확인될 경우 식이요법 병행으로 항암제 저용량 투여가 가능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한 시기에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 연구진도 식단으로 항암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역시 네이처에 발표했다. 고기, 생선, 아보카도 위주의 저탄수화물로 구성된 케톤 식이요법을 실시할 경우 유방암, 자궁내막암, 혈액암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PI3K 표적 항암제의 약효가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는 기존 PI3K 표적 항암제 사용 시 혈중 인슐린 수치가 높아져 PI3K 기능이 재활성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저탄수화물 식단을 통해 인슐린 수치를 낮추면 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마우스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이다.

물론 두 연구사례는 특정 항암제에 대한 특정 식이섭취의 영향력을 평가한 결과로 모든 암 종류와 항암제에 대해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동물에 비해 더욱 복잡하고 개인별 다양한 대사 양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적용할 때 역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들은 식이에 따라 항암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항암 치료 시 식이조절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식단과 식이의 최소 단위인 식품, 그리고 식품 활성성분의 항암제 활성 증가 및 부작용 완화와 같은 기능 구명과 관련된 기초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의학계 일각에서는 암 환자의 사망원인 중 20~50%까지는 암이라는 질병 자체보다는 영양불량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암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영양불량과 체중감소 등의 영양문제가 질병의 악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망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함과 동시에, 암 치료 과정 중 식생활 관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암 발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암 치료 효과를 향상하고 치료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완화하며, 나아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할 수 있는 노력과 투자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암 환자를 위한 식품 및 식단과 관련된 과학적 근거기반의 정보를 수집한 뒤 이러한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며, 이의 실현을 위한 근간이 될 관련 기초연구 역시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미션은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또 다른 과제이며 소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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