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서 모인 산부인과의사들 "법정구속 강력 규탄"

규탄 궐기대회 열고 대책 마련 촉구…'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마련 등

산부인과 의사의 유죄판결에 분개한 전국의사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여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20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가주최한'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가 열렸다.

비가 내리는 태풍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집회에는 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백진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등 전국에서 모인 의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규탄 궐기대회는 지난 6월 27일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가 형사 2심 판결에서 경북 안동의 개인 산부인과 의원 원장이 금고 8개월로 전격 법정 구속되고, 분만 담당간호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날 모인 의사들은 "산모와 태아를 위해 의사로서 책임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옥을 가는 형사처벌은 불합리하다"며고 "더이상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예방조치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의사가 저출산 시대에도 산모와 태아의 두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선의의 의료행위가 언제든지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이번 판결에 분노하며 비통한 마음으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에서 산모의 사망 원인인 사산아 분만유도중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도 그 진단과 처치가 극도로 어려우며, 그로 인한 산모 사망률도 14%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도 의사를 구속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함께 힘을 보탤것을 약속했다.

최 회장은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가 추진하는 6대 의료개혁 과제에 의료분쟁특례법 제정도 포함돼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도록 하겠다"며 "대법원이 또 다시 현실을 무시한 판결을 내린다면 분만 인프라 붕괴의 가속화는 막을 수 없기에 13만 의사회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과 대한모체태아의학회 김윤한 회장도 산부인과 의사들이 겪는 현실을 지적하며 '안동 산모사망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 이사장은 "이 상황은 개인 산부인과 구속을 넘어 우리나라 산부인과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의사에게 자괴감과 공포를 주고 형벌을 씌워 우리나라 의료를 붕괴시킬 것이 명확하다"며 "산부인과학회는 구속된 동료의사가 석방 돼 불구속 수사를 받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윤한 회장도 "턱없이 낮은 수가로 분만 산부인과를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면서 응급의료수가도 못 받고 있는 현실에 불가항력 사고로 동료 의사가 구속까지 당함에 따른 우리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외국처럼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제도 마련을 강력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산부인과 의사들은 궐기대회 결의문을 통해 △의사 전과자를 양산하는 형사입건을 당장 중단하고 진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법으로 정하는 '의료사고 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뇌성마비와 같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하여 국가책임제를 즉각 시행하라 △증거수집과 형사고소 그리고 구속의 수단으로 전락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즉각 해체하라 △의사를 구속하고 과도한 배상 판겨로 분만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법원은 각성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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