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산업 데이터법 보류로 표류중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학교 분당병원 석좌 연구교수/한국 바이오협회장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방향을 못 찾고 있다. 지난달 25일 데이터규제 3법이 국회 정무위 법안 소위에서 보류되어 올해내 통과는 물론 앞으로 상당기간 통과가 어렵게 되었다. 데이터 규제 3법이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세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고,크게 가명정보등 새로운 개인정보 관련개념의 도입과 개인정보관련 감독기관의 일원화등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8월 문대통령께서 ‘미래산업의 원유로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미 강조하였고 여당과 야당대표 모두 데이터3법은 이번 정기국회내에 통과되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어 이미 3년을 허송세월 한 것은 아까워도 이제 본격적으로 데이터 산업의 시동을 걸려는 시점에 어이없는 소식에 멘붕에 빠진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 이러한 개인정보에 관한 기초법안통과에도 2-3년의 시간이 다시 경과한다면 대한민국은 데이터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지난 8월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 방안이 나왔음에도 무심한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판자체를 깨버리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민국 생존의 유일한 출구는 새로운 신성장 산업을 발굴하여 청년들의 고급 일자리를 마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4차산업혁명을 한마디로 한다면 디지털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한국은 의료강국으로서 지난 60년간의 축적을 이제 디지털 의료혁명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의 전자의무기록 제도 는 세계적으로 첨단을 가고 있고 국민 개보험으로 쌓인 양질의 의료데이터도 미래 데이터경제시대의 엄청난 자원이 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중심 개인별 정밀 맞춤의학 서비스를 실현하기위해서는 비식별화된 의료정보,유전체정보 그리고 생활건강데이터등 양질의 정보를 확보하고  공유하여야한다. 결국 엄격한 가이드라인하에서 데이터들을 산업에서 쓸 수있게 각종 제도와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이용에 포괄적 동의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5년이하 징역,5천만원이하  벌금을 내게 하고 있다. EU와 일본에서는 포괄적 동의를 허용하고 민감데이터 일부를 제외한 모든 개인 데이터가 사전동의 대상이 아니며 일본은 목적만 명확하면 사전동의 없이도 수집이 가능하다. 특히 EU는 일반 개인정보보호규칙(GDPR)을 도입하여 역내 기업의 규제비용 경감과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규정 위반시 최대 매출액의 4%,또는 2000만 유로을 부과하게 하여 규정의 준수를 강제하고 있다. 역외 다른나라에서 적정성평가를 통과 하면 EU 지역의 개인정보의 역외반출도 가능해 이를 산업에 이용할 수 있다. 일본,캐나다,이스라엘등 13개국에서는 이미 적정성평가를 통과하여  개인정보 보호수준의 격차를 통일 시키고 있다.

이러한 미래사회에 닥칠 쓰나미와 같은 변화를 무시하고 지금과 같이 개인정보 보호에서 유연성을 잃는다면 앞으로 닥쳐올 초고령사회에서 치솟는 의료비상승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현재 미국에서 전체 GDP의 18%수준의 의료비지출이 2060년에는 50%까지 증가할 것 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도 2026년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어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사회는 앞으로 30년내에 성장동력을 잃고 해외 인공지능에 예속된 정보 종속국의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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