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大亂)

[데스크칼럼]

마스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로 인해 우체국, 농협(하나로마트)은 물론 약국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마스크 품절’이나 ‘마스크 없음’ 등의 안내문이 서너 장씩 붙어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몇 장의 마스크라도 사기 위한 ‘마스크 난민’들은 어디라도, 또 긴 줄이라도 마다않는다. ‘마스크는 있냐’가 안부 인사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웃지 못 할 진풍경이다. 요즘처럼 마스크가 귀한 몸값을 자랑한 적이 있었나 싶다.

코로나19는 현재 대구 신천지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지역사회 감염 양상으로까지 번지면서 그 끝을 모르게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만 6000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도 30여명을 훌쩍 넘었다. 국내 확산 전부터 손을 자주 씻고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손 소독제나 마스크 수요는 급증했다. 공급이 달리면서 가격도 폭등했고, 사재기 등의 불법이나 각종 유통 편법들이 난무했다.

마스크는 최근 황사나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극성일 때는 내 건강만 생각하면 됐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타인의 건강까지 생각해야만 한다. 원치 않아도 누구나 감염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만 봐도 거의 다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식당이나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수요가 늘면서 품귀현상을 빚은 마스크 사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늘면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국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결국 마스크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용이하지 않자 마스크 수급 부족에 대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방역당국의 오락가락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처음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라’던 식약처는 본인이 사용한다면 ‘재사용도 괜찮다’고 말을 바꿨다. KF94나 KF80은 돼야 제기능을 한다더니 이마저도 기저질환이 없고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면 천마스크로 대체해도 된다고 번복했다. 물론 ‘교체할 마스크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이를 본 많은 국민들은 무슨 말을 믿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스크에 붙어있는 세균의 위험성 때문에 재사용은 안전하지 않다고 권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회용 마스크는 일회용일 뿐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은 필터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가나 정부 책임자들의 발언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사이 국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다는 권고안에 대한 기대조차도 모호한 실정이다. 대규모 확진자를 양산하면서 급변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신속하고도 일관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코로나19는 물론이고 차제에 또 다른 감염병 창궐을 대비해서라도 국민 생명권 보호를 위한 지속 가능한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매점매석 금지, 수출제한 조치로 풀린 마스크는 현재 제일 필요한 대구 경북지역과 의료진들을 위해 우선 배정되고 있다고 한다. 옳은 일이다. 하지만 여유 있다는 마스크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여 지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마스크를 찾아 헤매는 국민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김혜란 편집국장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