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법’으로 국민행복·건강지수 UP

[보건포럼] 유은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

유은하 농업연구관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집중했던 참살이(웰빙)’ 트렌드가 자연을 통한 치유,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치유트렌드로 바뀌고 있다. 관광, 음악, 미술, 놀이, 운동, 음식 등 치유와 관련된 산업 규모는 세계 경제생산의 약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성장 대비 약 2배 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럼, 우리에게 왜 이토록 많은 치유가 필요한 것일까.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곳곳에 우울과 강박, 만성질환, 폭력의 그림자가 쌓여 있다. 실제로 노인층의 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이고, 환경성, 만성 질환 진료비도 해가 갈수록 늘어 2017년에는 2011년 대비 75%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장시간의 노동과 과로가 조직 발전이란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은 무엇보다도 존중돼야 할 가치이고, 또한 국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치유의 공간으로 떠오른 농촌이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2013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치유농업이란 단어는 정확히는 농업, 농촌 자원이나 이와 관련한 활동을 이용해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 등이 건강을 꾀하는 활동과 산업으로 정의된다. 유럽 등에서는 치유농업을 사회적 농업, 녹색 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1100개의 치유농장을 중심으로 국민이 치유농업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 때 원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이 유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업은 어떻게 치유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반려동물이나 녹색식물은 사람의 집중도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동물과 식물을 기르는 동안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해 애착을 느끼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성장을 기다려주고,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 아닌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싹튼다.

농촌진흥청은 1994년부터 꽃과 채소 등을 활용한 치유효과 연구를 시작으로 곤충, 동물교감의 치유 효과까지 검증해 오고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분노 공격성이 감소해 학교폭력이 줄었고, 부모의 경우 자녀 양육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지속적인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혈압, 당뇨 등 대사성 만성질환자은 프로그램 참여 후 스트레스는 28.1% 줄었고, 인슐린 분비기능 지표는 47.4%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치유농업의 효과가 심리적인 것을 넘어 신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달 초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계기로 농촌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농업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되길 희망한다.

농업은 사람을 살리는 산업이다. 소중한 먹거리를 만들고,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경관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법을 기반으로 농업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동물과 식물의 치유 효과 발현 원리를 검증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연령과 직업,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 자원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지치고 힘든 우리 국민들이 치유농업으로 다시금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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