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중소병원 존폐위기…환자 30% 급감

의협 중소병원살리기 TF,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 대상 중소병원 포함 등 5가지안 요구

"중소병원장으로서 경영난이 걱정돼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자는 상황이다"

"100조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도 중소병원은 제외돼 있다. 이런 상황에 대출도 되지 않는다. 일선에 있는 병원들이 피부에 와닿게 지원해달라"

"병원들이 고용유지를 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병원을 포기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봄,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까지 이어지거나 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역중소병원들이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외래 및 입원환자가 급격히 감소해 병원운영상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TF(위원장 이필수)는 7일 '존폐위기에 처한 지역중소병원 살리기'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상황에 대해 진단,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필수 위원장은 "현재 많은 병원에서는 경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연차 소진, 단축 근무, 은행권 대출 등 다양한 자구책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폐업 등 극단적 방법까지 강구하고 있는 실정"며 "일반 소상공인의 경우, 정부의 각종 지원과 대출금 납부 연기 등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중소병원들은 지원의 사각지대로 꼽히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이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자칫 의료기관의 연쇄적인 도산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의장도 "모든 업종이 마 찬가지지만 의료계는 전염병이 창궐하면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라며 "그중에 가장 취약한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 중소병원살리기 TF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손실규모 현황파악을 목적으로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소속병원(227개소)를 대상으로 온라인(이메일) 조사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대상 기관 중 62개소가 응답했다.

전년 동월 대비 일 평균 외래환자 수 변화(미휴업 의료기관)

응답 의료기관의 특성을 보면 병상수가 100병상 미만인 곳은 33개소(53.2%)이고, 근무인력은 의료기관 당 의사 평균 10.7명·간호(조무)사 평균 33.0명이며, 근무지역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25개소(40.3%)·대구·경북 8개소(12.9%)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의료기관들의 일 평군 외래환자수 변화를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살펴보면 1월은 평균 3.8명이 증가(+1.4%)한 반면, 2월은 평균 44.5명 감소(-16.3%), 3월은 평균 88.9명 감소(-33.8%)한 것 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시작한 2월부터 외래환자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일 평균 입원환자 수 변화(미휴업 의료기관)

응답 의료기관의 전년 동월 대비 일 평균 입원환자 수 변화를 살펴보면, 1월은 평균 2.3명 감소(-5.9%)한 반면, 2월은 평균 2.9명 감소(-8.2%), 3월은 평균 8.5명 감소(-24.8%)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래환자 변화와 마찬가지로 입원환자의 수도 2월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월 평균 매출액 변화(미휴업 의료기관)

응답 의료기관의 전년 동월 대비 월평균 매출액 변화를 살펴보면, 1월은 평균 6082만9000원 감소(-4.3%)한 반면, 2월은 평균 8395만8000원 감소(-8.4%), 3월은 평균 4억400만3000원 감소(-32.5%)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 지규열 보험이사는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에도 의료기관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열악한 제도적 환경들로 인해 가뜩이나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2~3월에는 매출이 더욱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 경영난의 심각성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 중에서는 ‘대진의사 및 간호사 고용비용’이 평균 3707만9000원(8개소)으로 가장 컸고, 전체 응답 의료기관의 추가 발생 비용은 평균 2202만1000원(58개소)으로 나타났다.

이상훈 의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많은 의료기관들이 실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 "또 세계적으로 환자가 늘어나면서 해외로부터 감염원 역유입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어 이에 따른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 해질 것"이라고 자명했다.

이에 TF는 의료기관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정부의 대응방안 등 5가지 사항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5가지 사항에는 △100조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 대상에서 중소병원들이 배제되지 않고 중소기 업들과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요청 △중소 병원에 대한 국세 및 지방세 감면과 6개월 이상의  유예 △'소상공인 자영업자 긴급 경영자금(총 15조  규모의 1.5%의 초저금리 대출)'과 동일한 수준의 '초저금리 장기 운영자금 지원'을 중소병원에도 시행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특별지원' 요청하며, 현 인원의 감축없이 고용유지를 하는 중소병 원에 대한 한시적인 특별 인건비 지원 요청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중소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요양급여 청구금의 조건없는 선지급과 '장기 입원에 따른 입원료 체감제 미적용'을 포함한 심사기준의 완화 등을 요청했다.

김종민 의협 중소병원살리기TF 위원은 "중소병원장들은 대부분 대출을 껴안고 있는데 두세 달만 수익 구조가 줄어들면 이를 견디기 힘들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원안에는 소상공인 경우, 금융 유예혜택이 있지만, 중소병원은 여기에서 빠져있다"며 "본인은 중소병원 원장으로써 현재 경영난이 걱정돼 약을 먹지 않으면 못자는 상황이다"고 현 상황을 토로했다.

아울러 "정부는 붕괴직전에 있는 지역 중소병원을 살 리기 위해 우리가 제안한 지원책들을 조속한 시일내에 검토해 제도 개선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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