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더믹, 우연인가 필연인가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학교 분당병원 석좌 연구교수

뉴욕 맨해튼 북동쪽에 요크(York)애비뉴가 있다. 이곳은 남북으로 10여개의 블록으로 된 작은 구역이지만 오랫동안 맨해튼의 최고의 거주지역으로 명망이 높다. 필자는 90년대 초에  가족과 함께 2년을 이곳에서 보낸 적이 있다.

학교에서 하우징을 제공해 준 덕분에 요크애비뉴의 전망좋은 고층 아파트에서 지낼 수 있었다. 2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160만 명이 사는 맨해튼에서 진정한 뉴요커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차로 10-20분내에 있는 센트럴파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링컨센터 등에서의 공연뿐 아니라 맨해튼에서의 삶 자체가 위대한 인조 도시 뉴욕을 계획하고 건설한 사람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곳에서 살면서 ‘이런 것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구나’라는 생각을 몇번씩 해보곤 했다.

코로나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는 뉴욕을 보면서 처음에는 놀라움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안타까움으로 바뀌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며 글로벌 경제의 중심인 뉴욕은 코로나 침공으로 두 무릎을 꿇고 있다. 세계시민을 자처하는 여유있는 상류층 뉴요커들은 어떻게 뉴욕이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망연자실 사태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840만 뉴욕시민의 평균소득이 6만 5천불이고 마천루가 즐비한 맨해튼의 자존심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빈곤율 16%, 노숙자 8만명 특히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10%가 넘는 뉴욕의 또 다른 모습이 코로나 사태로 여지없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영리성 추구와 철저한 개인주의의 두 축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는 코로나로 한계를 보여주는 것인가. 자본주의는 기술의 발달과 전반적 부의 축적에는 많은 기여를 하였으나 코로나와 같이 팬더믹이 발생할 때 도시 빈민층의 삶과 모두가 연결된 도시의 기능이 일순간 마비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뉴욕에서의 코로나대유행은 어디가 끝일까.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성공한다 해도 코로나는 앞으로 최소한 1년또는 1년반이상 인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인간들끼리의 대면접촉보다는 IT기술을 연계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산업의 재편이 일어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등 개발과 정보의학이 기반이 되는 바이오헬스산업이 확실한 미래주력산업으로 뜰 것이다. 모든것이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진입하는 4차 산업혁명이 마지막 종착역이 될 것이다.

뉴욕에서의 참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코로나대유행, 우연인가 필연인가? 코로나바이러스는 게놈RNA의 우연한 변이로 인간 감염을 일으키는 인간바이러스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일으킨 팬더믹으로 인류가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게 되었다면 코로나대유행은 인류역사에서 필연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결국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물질에서 정보로’ 바꾸는 디지털전환의 가속페달(accelerator)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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