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의원급 첫 수가협상 "원가이하 수가, 상식적 수가로"

첫 수가협상 주체로 무거운 책임감, 의사 자존심 지킬 수 있는 협상 결과 만들어 낼 것

"수가협상 단장이라는 것은 '독이 든 성배'를 집어든 것이다. 이는 아주 잘해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이하의 수가를 정상화로 만드는 것이다"

2022년도 의원유형 수가협상을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나서기로 한 가운데 14일 의원급 수가협상이 시작된다.

협상 단장을 맡은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첫 수가협상을 앞두고 지난 13일 의협출입기자단과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수가협상의 방향과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병원계의 수가협상은 병협이, 의원급 수가협상은 의협이 진행하면서 국민들이 의협은 전체 의사를 대표하기 보다 의원급을 대표하는 단체로 인식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에, 의원을 개원한 개원의들의 대표단체인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의원급 유형에 대한 수가협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결국 의협 제41대 이필수 회장은 2022년도 수가협상단을 의협이 아닌 대개협이 주관하도록 전권을 일임했다.

김동석 단장은 "의원유형 수가협상은 이해당사자이고 절실함을 대변할 수 있는 개원의협의회가맡게 되는 것이 타당하며 의협은 병원과 의원을 아우르는 의료계의 대표 단체로써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의협을 대신하는 수가협상을 맡게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의사들의 자존심을 느낄 수 있는 협상 과정과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SGR 모형' 억지로 끼워맞추기, 지금 의원은 원가이하

지난 추무진 집행부 이후, 최대집 집행부는 3년 연속 부결이라는 결과를 기록했다. 김 단장은 당시 협상과정에서 모멸감마저 느꼈다고 회상하며, 원가이하의 수가 구조 하에서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모형에 따라 수가협상이 진행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이미 2015년 SGR 모형을 폐기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체할 수 있는 모형을 찾지 못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SGR 모형은 전전년도 대비 전년도의 진료비 증가율이 유형별 인상 순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건강보험재정이 12조 흑자였고, 여러 가지 자료로 협상에 임했지만, 의원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서도 각 직역별로 이전투구 하게 하는 것이 수가협상이었다"며 "가장 모멸감이 들었을 때는 수가협상을 마무리할 때쯤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험회로 넘어가고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 이하로 받는 패널티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보장성 강화도 좋지만 수가를 정상화 해줄 것을 주장할 것"이라며 "그동안 흑자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환자 감소로 인한 건보공단의 재정 여유를 이번 기회에 수가 정상화에 전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원을 대표하는 대개협이 협상에 임하므로 더 적극적으로 타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충분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반영 없어, 진료비 감소 속 인력 고용은 더 늘어나

특히 유형별 수가 인상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장성 강화 정책 등 법과 제도로 인한 진료비 인상분을 제외한 '순수 진료비 증가'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의 실질행위진료비 (기본진료료+진료행위료) 증가율은 –1.47%로 나타났다. 병원은 0.12%, 치과는 –1.10%, 한방은 –4.71%, 약국은 –7.67%였다.

이와 함께 진료비는 감소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인건비, 감염관리비 등 운영비 지출은 증가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고용인원은 더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단장은 "의원급의 법과 제도를 제외한 기본진료료와 진료행위료를 포함한 실질행위 진료비 증가율은 -1.47%로 나타났다"며 "병원은 0.12%, 치과 -1.10%, 한방 -4.71%, 약국 -7.67%였다"고 전했다.

그는 "수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인력 고용이 증가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52시간 가산으로 인한 부담으로 인력을 증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산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보니 인력을 한명 더 증가시키는 곳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또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 주 6일 근무를 기피하면서 파트타임 근무자를 더 고용하는 추세가 되고 있다는 것.

김 단장은 "지난 2021년도 수가협상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을 전혀 반영해주지 않았다. 의원 경영을 위해 병원의 재난 관련한 지원이 부족했고 인건비 등 운영을 위한 부채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향후에도 감염성질환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감염관리에 철저히 하기 위한 기본 진찰료에 포함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추가소요 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 무의미한 공방이 이어질 수 있고, 뜬구름을 잡는 모습이어서 추가수요재정의 사전 공개나 협상 최종일의 협상 직전에 미리 공개돼야 한다는 것도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수가 정상화가 우선, 협상에서의 문제점 모두 지적

김 단장은 지금까지 모순적인 수가협상의 모든 문제점을 14일 열리는 1차 수가협상에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개협은 어떠한 수가결정 방식보다 수가 정상화를 강력히 주장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밴드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추가수요재정의 사전 공개나 협상 최종일의 협상 직전에 미리 공개돼야 한다"며, "재정위원회에서 밴드 총액을 일찍 결정해 협상을 3~4시간만 당겨서 발표해도 새벽을 넘겨 협상이 진행되는 소모적인 공방은 피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정부에 해결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흑자와 코로나19의 장기화, 환자 감소로 인한 건보공단의 재정 여유를 이번기회에 수가정상화에 전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햇다.

김 단장은 "매년 이런 수가협상으로 수가를 결정하는 것은 현행수가가 최소 원가 이상은 된 후에야 논의가 될 수 있다"며 "원가 이하 수가인 상황에서 목표진료비와 실제진료비의 차이를 가지고 가감한다는 것은합리적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단장은 "대개협이 의원유형 수가협상에 나서는 첫해다"라며 "현재의 수가결정구조로 인해 한계가 있지만 회원들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 상식적인 협상의 결과가 나오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가협상은 대개협이 주도하되, 계약 체결과의약단체장-건보공단 이사장 간담회는 계약 당사자인 의협 회장이 참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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