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6년만에 국회 넘었다… 의료계 "법정 투쟁"

“대한민국 의료역사에 오점", 헌법소원 제기 등 독소조항이 갖고 있는 잠재적 해악 규명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로 달아야 하며, 환자 요청이 있으면 촬영해야 한다. 수사 또는 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의 동의가 있으면 열람도 할 수 있으며, 비용은 요구자가 부담한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어렵게 열린 본회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법률안은 별도의 토론 없이 진행된 투표에서 재적 의원 183인 중 135명의 의원이 찬성했고, 24명이 반대, 24명이 기권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CCTV 설치 조항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헌법소원 등의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독소조항이 갖고 있는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는 동시에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는 경고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자 "전 세계 유례없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1년 8월 31일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 뼈아픈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연간 수백만 건의 수술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극소수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들을 근거로, 절대 다수의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상 최악의 법을 정부 여당은 끝내 관철시켰다"며 "국민건강을 위한 의료전문가들의 충심어린 목소리와 정당한 주장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실상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여론에만 편승해 대중 영합적 입법을 졸속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의협은 "의료계 후퇴의 정점으로 남을 최악의 사태임에 분명하나, 이 법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해당 법의 독소 조항들이 갖고 있는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고, 선량한 수술 집도의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것.

또 이 법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 등을 제기해 법적 투쟁도 나선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전문가들은 는 국회 앞 1인 시위를 통해 해당 법안의 반대목소리를 내며 폐기를 촉구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의협은 "정부와 국회는 이 조악한 법의 결과로 이어질 의료 붕괴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성의 있는 자세로 판단해 향후 해당 법안의 보완을 위한 의료계의 제안과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백신 접종 포기 투쟁 등은 시기에 따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협이 지금 할수 있는 건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수련병원과 수술하는 여러과들에 민감한 부분들의 예외조항을 만드는 것"이라며 "일단 유관기관들의 의견을 들어 취합하고 고려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협은 워낙 산하 유관단체가 많은 곳이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인 얘기가 나오면 의협이 지지를 해워야 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극단적인 것을 하기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최대한 언급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또 "극소수의 비윤리적인 의사들로 인해 시작이 됐던 이 법안이 대다수의 사명감을 가지고 수술하는 의사들에게도 적용돼 좌절감과 참담한 입장이 크다"며 "악법은 악법대로 저지하고, 그 안에서 강제로 시행됐을때에 대한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의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의결된 의료법 개정안은 2015년 관련 법안의 첫 국회 제출 이후 6년 만이다.

의료진은 응급·고위험 수술 등의 경우에만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CCTV 설치 비용은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장은 CCTV로 촬영한 영상 정보가 분실·도난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촬영 영상 정보는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촬영 정보를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다만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시행 시점은 2023년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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