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헌법소원에 법적조치까지… 전문간호사법 갈등 심화

의료계 "업무 확대되면 불법의료 조장" VS 간호계 "기득권 지키려 범법자로 몰아"

(왼쪽)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1인 릴레이 시위,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계 1인 릴레이 시위

"의사의 영역 침범이다 VS 간호사의 정당한 권리다"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 의료계와 간호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다.

이에 따라 입법예고안 원안이 유지될것인지, 아니면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3일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 등 13개 분야 전문간호사에 대한 업무 범위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및 지도하 처방에 따라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각 분야별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설정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8월31일부터 보건복지부 앞에서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으며, 간호계도 이에 맞서 지난 3일부터 1인 시위에 나섰다.

의료계 "의사 권한 침해, 전면 재검토" 강력 촉구

현재 의료계는 이를 두고 의사 권한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지도에 따른 처방하에 시행하는 처치'라는 문구다. 이는 마취전문간호사가 의사 지시 없이 단독으로 마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사자인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일반 주사제와 달리 마취제는 반드시 의사가 자리에 있어야 하며, 의사가 직접 마취제를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은 “마취진료에 도움을 주는 마취전문간호사의 협력에는 감사하지만, 마취전문간호사의 단독 혹은 지도하 마취 등에 대해서는 허락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의사와 간호사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개정안대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확대가 된다면 의사의 고유 업무범위를 침범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결국 의료현장의 혼란과 착오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응급상황 등 재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보건복지부가 이번 의협의 릴레이 1인시위를 지켜만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많은 의사들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목소리를 낸 만큼, 개정안은 반드시 전면 폐기되거나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현행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호사 또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진료의 보조’와 ‘간호업무’로서 너무나도 명확하므로, 의료법의 범위 내에서 전문간호사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상위법인 의료법 자체를 부정하고 면허체계에 일대 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특정 직역의 업무범위를 확대해 국민건강 보호와 보건의료의 질 향상에 역행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간호계 "허위사실 유포한 의료단체 법적 조치"

간호계의 입장도 강경하다. 특히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펌훼하고 허위주장까지 유포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임을 선언했다.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는 "협회는 1인 항의 시위를 마무리하면서 의사단체들의 허위 사실 유포와 시대착오적 주장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간협은 "전문간호사 업무는 의사의 지도 또는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수행하는 업무임에도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국회 수석전문위원 검토의견 뿐 아니라 간호법 제정안 국회 공청회에서 보건의료전문가도 '의사의 지도와 처방 하에 수행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는 의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의료계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지난해에 이어 의사단체들은 또 다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국민과 정부를 겁박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에 이어 의사의 독점적 기득권 유지를 흥정하기 위해 마취 중단을 운운하며 겁박하는 비윤리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불법진료 근본 원인은 진단과 처방, 독자적 진료를 수행할 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곧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협은 "의사단체들은 의사 절대적 부족으로 진단과 처방, 독자적 진료행위를 스스로 포기한 구조적이고 비윤리적인 문제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을 전제로 수행하는 업무가 불법진료를 조정한다고 허위 사실을 주장하면서 비겁하게도 불법진료 책임을 전문간호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과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전문간호사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만큼 폄훼하고 음해하는 악의적인 주장과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향후 집단 시위 및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문간호사 고시 개정안 관련 의료단체와 보건단체, 간호협회 등의 의견수렴을 마치고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복지부는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에서 개정안의 단어 하나하나에도 민감해하고 있어 여러 검토를 거쳐야 할 것 같다"며 "개정안 공포까지 앞으로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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