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의사회, 민간보험 시장 강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 반발

정의당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에 비판 "대기업 보험사의 이익 대변해선 안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재차 발의되자 의료계가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에 나섰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지난 9일 배진교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를 16일 발표했다.

이미 국회에는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각각 재발의 한 법안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또 최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하며 관련 법안만 5개에 달한다. 

이 같은 개정안은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또다시 시도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업계의 숙원 법안이라는 말이 있다. '숙원 법안'이라는 말에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포장과 달리 보험업계의 수익극대화라는 의도를 담겨 있음을 의미한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필수적인 부분은 전자 전송과 과정을 위탁하는 기관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과정, 전자 전송과 위탁기관의 존재는 각각 필연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민간 보험사가 다뤄도 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의료기관은 진료 내역이 포함된 보험금 청구 관련 자료를 전자적으로 전송해야 하며, 여기에는 병력과 진료 행태 등에 대한 민감 정보가 포함된다. 

의사회는 "성인 남녀들의 의료 관련 정보에는 유전병, 가족력, 사생활에 관한 치료력 등처럼 민간기관에서 취급되어서는 곤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민간 보험업체가 이를 관리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해킹이나 내부자등에 의한 정보 유출시 책임소재와 법률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또한 이윤을 추구하는 보험업계는 이 자료를 이용하여 수익 상품을 만들게 분명하므로 공공성이라는 큰 틀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전자 전송의 과정에는 신뢰할만한 제3의 조직이 필요하며 과거 법안들에서는 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이 역할을 위해 대두됐다"며 "이번 개정안에서도 심평원에 이 역할을 맡기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보험사의 영업 행위를 공적인 심평원에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심평원의 설립 취지와 어긋나며, 민간 기업의 영업에 공적 기관이 이용되는 것은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평원의 관여는 민간 보험업과는 무관한 진료 적정성 문제를 끌어와 진료 행위의 제한과 위축을 가져오고, 결국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여 건강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지금도 실손 보험업계는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민원인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으며 병원과 환자, 그리고 보험업계간의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소송의 근본 원인은 보험금 지급 문제로 귀결되는데,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개정안에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국민을 위해 보험업법을 개정한다면, 지금과 같은 보험사의 행태, 즉, 지급 거절이나 민원인에 대한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는 게 더 논리적이다"고 밝혔다. 

또한 "위탁의 과정에서 의료 기관은 보험사와 위탁기관 사이에서 전혀 새로운 업무가 발생하게 되어 인력과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인력과 비용의 문제는 심평원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공적 조직의 비대를 불러오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의사회는 또 보험업법 개정안이 '공공성을 가지는가?', '공공 의료에 부합하는가?' 등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공공성 강화의 핵심은 건강과 관련한 의료에 있어서만큼은 공적 보험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함을 의미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간 보험사의 숙원을 해결하여 민간 보험 시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 보험시장의 확장은 공공성을 해(害)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며, 정부가 지향하는 공공 의료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보험업법 개정안이 일부 정치인의 생각이라면 개인의 생각으로 치부할 수 있으나, 다수의 동의를 얻어 법이 통과된다면 다수의 정치인이 민간 보험사과 결탁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권력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다면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대의를 저버린 정치인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생각한다면 비난이 한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사회는 이번 개정안 발의가 더욱 놀라운 것은 정의당을 중심으로 개정안이 주도되어 발의됐다는 데 대해 "노동자의 권리와 공공의 가치를 외치는 정의당이 발의할 만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의당에 정의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당연히 법안은 철회되어야 하며, 국민의 편의성을 빙자하여 민간 대기업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반드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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