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서 엔데믹 시대, 건강 지키는 똑똑한 식생활

심유진 숭의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영양교육분과장)

심유진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교수

2022년 10월 14일은 올해로 열여섯 번째 맞이하는 '영양의 날'이다. '14'일을 정한 이유는 '식사(食事)'와 발음이 비슷한 날로 정해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2007년 대한영양사협회, 한국영양학회,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한국임상영양학회가 공동으로 기념일을 선포한 이후 매년 이날에는 영양과 관련된 시의적절한 주제로 캠페인이 진행돼 왔다. 2020년과 2021년 영양의 날에는 코로나19의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 시대에 올바른 식생활을 주제로 세미나와 홍보 행사가 진행됐다.

식생활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변화한다. 최소한 우리가 살아온 지난 수십 년간은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눈에 띄는 변화들이 급속히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친지들과 삼삼오오 모여앉아 식당에서 식사할 수 없었고, 집 안에 머물며 식구들끼리 혹은 홀로 식사하는 일이 많아졌으며, 더불어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끼니 준비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서 돌밥돌밥이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배달과 포장 음식은 더욱 흔해졌고,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과 같은 형태의 식사 준비도 일상이 됐다.

변화된 생활습관은 건강상태의 변화를 불러온다. 질병관리청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매년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식품 및 영양 섭취실태와 건강수준 등에 대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분석해 발간한 2021년 12월 질병관리청 자료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식생활과 건강행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코로나19 유행 후 아침식사 결식률은 크게 증가했고 단체급식과 음식업소에서의 외식은 감소했다. 높아진 아침식사 결식률은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간단한 아점, 점저와 같은 스내킹(snacking) 현상과 관련될 수 있다. 이전의 여러 연구들은 하루 중 식사 횟수의 감소가 고열량 식품과 총열량의 섭취 증가와 관련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성인 남자에서 비만과 함께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과 고위험음주율(1회 평균 음주량이 남자의 경우 7잔 이상, 여자의 경우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분율)이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는 여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이 나타났고 좋지 않은 건강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좋은 변화도 감지됐는데 건강식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에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과일, 채소의 섭취가 증가한 현상은 고무스러운 점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 기간 동안 많은 국민이 면역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영양소와 식품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우리 면역체계를 단번에 강화할 기적의 영양소와 식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 알게 된 가장 좋은 방법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그리고 필수지방산이 충분히 포함된 다양한 식품을, 올바른 '식사'로서 적절히 구성해 섭취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적절'은 부족하지 않으며 동시에 과잉되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올바른 식사를 가장 쉽게 잘 알려주고 있는 방법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이다. 총 9개로 구성된 지침 중 '매일 신선한 채소, 과일과 함께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우유·유제품을 균형있게 먹자'와 '과식을 피하고, 활동량을 늘려서 건강체중을 유지하자' 항목은 특히 면역 기능의 향상을 위해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항목들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2년여가 흐른 2022년 현재 코로나19가 계절 독감처럼 우리 일상과 함께 가는 엔데믹(endemic)이 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동안 무서운 위세를 떨치던 감염병은 어느새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함께 가려 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일상도 서서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변화된 식생활만큼은 쉽사리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전에도 그러했듯이 식생활의 변화는 급격하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된다고 해도 계절 독감과 같이 주기에 따라 유행할 수 있고, 취약계층은 여전히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위험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면역체계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평상 시의 영양과 식생활 관리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다.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

 

1. 매일 신선한 채소, 과일과 함께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우유·유제품을 균형있게 먹자

2.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

3. 물을 충분히 마시자

4. 과식을 피하고, 활동량을 늘려서 건강체중을 유지하자

5. 아침식사를 꼭 하자

6. 음식은 위생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마련하자

7. 음식을 먹을 땐 각자 덜어 먹기를 실천하자

8. 술은 절제하자

9. 우리 지역 식재료와 환경을 생각하는 식생활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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