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계약 협상에서 전체 7개 유형 중 의원을 제외한 6개 단체와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전환 우려와 가입자·공급자 간 인식 차가 뚜렷한 가운데, 올해 수가밴드는 예년 2.0% 내외 수준보다 크게 낮은 1.65%(소요재정 1조2058억 원)로 결정됐다.
김남훈 공단 급여상임이사(수가협상단장)는 10일 전문기자단 브리핑에서 "의료 인프라 유지와 국민 부담, 재정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협상에 임했다"며 "제한된 밴드 속에서도 상호 양보로 합의에 이른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유형별 인상률을 보면 약국이 3.7%로 가장 높고, 이어 조산 6.0%, 한의 3.0%, 보건기관 2.7%, 치과 2.6% 순이다. 병원은 1.2%(요양·정신 1.3%)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약국은 최근 행위료 증가율이 0.5%에 그치고, 수진자 수 감소 등 경영 악화가 지속된 점에 대해 가입자와 공급자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비교적 높은 인상률을 확보했다. 반면 병원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수용했다. 특히 인상분 중 0.1%를 필수의료 및 저평가 항목에 재투입하기로 하며 구조 전환과 공공·필수의료 강화라는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의원 유형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단이 제시한 1.6% 인상률과 '환산지수-상대가치 연계' 방식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의원 측은 역대 최저 수준의 밴드와 공급자 데이터 미반영을 문제 삼았지만, 재정운영위원회는 BAP(Base Allocation Percentage) 모형 결과와 음수로 전환된 SGR 지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를 근거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재정운영위원회는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 인상률이 1.6%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한편, 인상분 상당 부분을 필수의료 상대가치 점수 조정에 활용하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의원급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상의 핵심 변화는 '환산지수-상대가치 연계' 적용의 전면 확대다. 기존에는 의원과 병원 중심으로 적용됐으나, 올해는 치과와 한의까지 범위를 넓혔다. 전체 수가밴드 1.65% 중 1.45%는 환산지수 인상에, 0.2%는 필수의료 및 저보상 항목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병원은 0.1%, 치과와 한의는 각각 0.2%, 0.1%를 저보상 행위에 배분한다.
공단은 환산지수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과보상 항목은 더 확대되고 저보상 항목은 상대적으로 정체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된다고 판단하고, 연계 정책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김 이사는 "공급자는 환산지수를 물가 보전 수단으로, 가입자는 재정 통제 수단으로 인식하는 차이가 크다"며 "BAP 모형을 고도화해 예측 가능한 협상 체계를 구축하고,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수가제도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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