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Cerebral aneurysm)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뇌동맥의 혈관 벽은 매우 얇아 구조적으로 쉽게 파열되기도 하지만, 파열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 없어 수년에서 수십 년을 조용히 지나치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이 터지는 순간이다. 파열과 동시에 뇌를 감싸는 지주막하 공간으로 혈액이 쏟아지는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다. 파열 후 24시간 이내 사망률은 약 25%에 달하고, 생존하더라도 절반가량은 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뇌 속의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뇌동맥류의 유형은 형태에 따라 구분된다. 가장 흔한 것은 낭상 동맥류로, 전체의 80~90%를 차지하며 혈관 분지부에서 포도알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형태다. 방추형 동맥류는 동맥경화와 연관이 깊으며 혈관 전체가 고르게 확장된다. 박리성 동맥류는 혈관 내막이 찢어지면서 발생하는데, 외상이나 과격한 운동이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 크기로는 5mm 미만의 소형부터 25mm 이상의 거대 동맥류까지 나뉘며, 크기가 클수록 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증상만으로 파열 전 뇌동맥류를 감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동맥류가 커지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할 경우 한쪽 눈꺼풀이 처지거나 복시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무증상이다.
반면 파열이 일어나면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 환자들이 한결같이 표현하는 증상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다. 의학적으로는 벼락 두통(Thunderclap Headache)이라 부르며, 이 증상 하나만으로도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구역·구토, 목이 굳는 경부 강직, 빛에 대한 과민 반응, 심한 경우 의식 소실과 경련이 동반된다.
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참조은병원 신경외과 최태원 교수는 "진단은 영상 검사로 이뤄진다. 파열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뇌 CT나 MRA촬영을 통해 출혈 유무를 확인하고 정확한 동맥류의 위치와 형태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한다. 뇌동맥류는 터지면 위험하지만 반드시 터지지는 않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혈관 내 코일 색전술로,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뇌혈관까지 삽입한 뒤 동맥류 내부에 백금 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한다. 개두술 없이 시행하는 최소침습 시술로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부 위치에서는 클립결찰술 보다 재발률이 높게 보고돼 평생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둘째는 클립결찰술이다. 두개골을 열고 동맥류의 목 부분에 티타늄 클립을 걸어 혈류를 영구 차단하는 방법으로, 파열과 함께 뇌내혈종이 형성된 경우나 동맥류 입구가 넓어 코일 시술이 어려운 경우, 해부학적으로 혈관 내 접근이 불리한 위치에서 선호된다. 다만 중대뇌동맥류의 경우는 클립결찰술의 재발률이 코일색전술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게 보고돼 한 번의 수술로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는 혈관우회술이 동반되는 경우다. 25mm 이상의 거대 동맥류나 방추형 동맥류처럼 클립을 결찰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동맥류 내에 석회화가 동반되는 경우에 클립이 주변 혈관까지도 막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 두피의 천측두 동맥이나, 손목의 노동맥(요골동맥), 종아리의 두렁정맥을 이용해 혈류가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코일 시술이 실패하고 재발한 복잡성 동맥류, 혹은 중요 분지 혈관이 동맥류 안에 포함된 경우에도 적용된다.
최태원 교수는 "어떤 치료를 선택할지는 동맥류의 크기·형태·위치,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를 종합해 숙련된 신경외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 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관리와 식습관, 운동 등 생활 습관도 치료의 연장선이다. 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유지하고, 흡연은 즉시 완전히 끊어야 한다. 흡연은 동맥류 파열 위험을 최대 3배까지 높이는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치료 후에는 1년 뒤 CT 나 MRA 를 통한 추적 검사가 권장되며, 직계 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2명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을 권유한다.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은 절대 진통제로 버티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응급상황에서 한 번의 선택이 생사를 가를 수 있어 골든타임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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