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말라리아>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뎅기열이란?>
뎅기열은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속 뎅기바이러스(dengue viruses 1, 2, 3, or 4)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질환이다.
# 뎅기열의 전파
뎅기열은 대부분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가 인체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전파된다.
인체 감염 후 7일 정도의 바이러스혈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은 감염된 사람의 혈액, 장기, 골수 등의 장기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감염된 산모로부터 출산 과정에서 신생아가 감염될 수 있으며 모유를 통한 전파도 가능하다. 단, 성접촉에 의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 뎅기열의 역학
뎅기열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풍토병으로 전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발생하며 동남아시아, 중남미 여행 후 발생하는 열성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흰줄숲모기의 활동 범위가 온대지역으로 확장 중으로, 2014년에는 일본 도쿄의 한 공원을 중심으로 뎅기열이 유행하였고 국내에는 아직 뎅기열이 유행한 적이 없지만 뎅기열을 매개하는 흰줄숲모기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향후 국내 유행 가능성도 있다.
주로 시골 지역에서 밤에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말라리아와는 달리 뎅기열은 도시와 주택가에서 낮에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 뎅기열의 증상 및 경과
감염자의 75%는 증상이 없다. 뎅기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모기에 물린 후 5~7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럽게 시작된다. 질병의 경과는 발열기, 중증기, 회복기의 3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발열기에는 2~7일간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고열이 지속되며, 두통과 함께 후안와통증이 뎅기열의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로 여겨진다. 관절통, 피부 발진, 점막 출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중증기는 일반적으로 1~2일 정도 지속되며 대부분 열이 떨어지며 임상적으로 호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전체 5% 정도의 환자들은 중증기에 중증 뎅기열(severe dengue)로 진행한다.
혈관 내 체액이 주변 조직으로 빠져나가면서 저혈압 및 쇼크가 나타나고 혈구 감소증 특히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나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중증 뎅기열로 진행하면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복통, 점막 출혈, 호흡곤란, 저혈압 등이 나타나면 중증 뎅기열로의 진행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중증기를 잘 넘긴 대부분의 환자들은 회복기로 들어서게 된다.
# 뎅기열의 진단
뎅기열이 풍토병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지 2주 이내에 발열 등의 뎅기열 증상이 나타나면 뎅기열을 반드시 감별진단에 넣고 진찰하고 검사해야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RT-PCR, NS1 항원 검사 또는 IgM 항체 검사를 시행한다.
# 뎅기열의 치료
뎅기열은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아직 개발되지 못한 상태로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뎅기열 환자의 발열은 아세트아미노펜과 미지근한 스폰지 목욕으로 조절해야 한다. 출혈 위험 때문에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사용은 피해야 한다.
# 뎅기열의 예방
2015년 12월, 멕시코 보건 당국은 '뎅그박시아(dengvaxia)'를 전세계 최초로 뎅기열 예방 백신으로 승인했다. 2016년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총 11개국에서 상용화 승인됐다.
2016년부터 필리핀은 '뎅그박시아'를 대상으로 대규모 예방 접종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뎅그박시아 접종과 연관된 사망사례가 수십 건 확인되었고, 2017년 말 백신 제조업체는 이전에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 후 중증 뎅기열 발생 위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결국 필리핀은 뎅기열 백신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다른 국가들은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만 백신을 접종하도록 규정했다.
미국 FDA는 2019년 5월 뎅기 바이러스 감염률이 높은 지역을 방문한 9세에서 16세 사이 대상자 중 이전에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을 위한 2차 예방용으로 접종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여 뎅그박시아를 허가했다. 하지만 안전성 우려로 인해 실제 뎅그박시아는 사실상 전세계 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다만 이후에도 뎅기열 백신 개발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일본 다케다 제약에서 개발한 뎅기열 백신이 미국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들을 고려할 때 뎅기열 예방을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뎅기열은 말라리아와는 달리 대도시나 유명관광지 방문 후에도 많이 발생하며 특히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가 모기에 물릴 위험이 가장 높으므로 가급적이면 해당 시간에는 피부 노출이 적은 의복을 착용하고 모기기피제와 모기장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국제여행의학회 여행의학 인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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