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해외여행 감염병 이야기(27)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감염병 20편 <엠폭스(MPOX, 원숭이두창)>

지난 시간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엠폭스란?>
엠폭스는 과거 원숭이두창으로 불렸으며 오르소폭스바이러스(Orthopoxvirus)속의 원숭이두창바이러스(monkeypox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대한여행의학회 회장)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클레이드 I(clade I) 및 클레이드 II(clade II) 유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클레이드 I은 클레이드 Ia 및 Ib로 세부 분류가 가능하며, 클레이드 II 역시 클레이드 IIa 및 IIb로 나눌 수 있다.

유전형을 구분하는 이유는 유행하는 클레이드에 따라 전파 양상, 임상 양상 및 치명률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 엠폭스의 전파
엠폭스는 감염된 동물 또는 사람과의 밀접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엠폭스가 풍토병으로 발생하는 아프리카에서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영장류나 설치류를 사냥하고 요리하고 취식하는 전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다.

사람 간 감염의 경우 주로 피부 간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지만 가까이 대화하는 경우 호흡기 감염도 가능하다.

환자가 사용한 의류나 침구를 통한 전파도 가능하며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사용한 주사 바늘 등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임신 중이나 분만 시에 모체를 통해 아이에게 전파가 가능하다.

# 엠폭스의 역학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엠폭스가 처음 발견됐으며, 1970년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9개월 된 소년에서 최초의 인간 엠폭스 환자가 보고됐다.

1980년 두창(천연두)이 퇴치되고 전 세계적으로 두창(천연두) 예방접종이 종료됐다. 이후 엠폭스는 중앙 및 동아프리카(주로 클레이드 I)와 서아프리카(주로 클레이드 II)에서 산발적으로 보고됐으며, 대부분의 감염은 바이러스를 보유한 설치류, 영장류 등의 동물과 사람이 밀접 접촉했을 때 이뤄졌고 사람 간 전파는 드물었다.

2022년 5월 이후 유럽과 북남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주로 클레이드 II) 2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동물이 아닌 사람 간 밀접 접촉에 의한 엠폭스 환자가 급증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이 내려졌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 4월 11일까지 전 세계 110개국에서 8만 6,930명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됐고 116명이 사망했다.

2023년 5월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감소해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종료됐다.

이후 2024년 콩고 민주 공화국을 중심으로(주로 클레이드 Clade Ib) 엠폭스 환자가 급증하고 주변국 및 다른 대륙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2024년 8월 14일 세계보건기구는 올해 집계된 엠폭스 환자가 1만 5,6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537명에 달한다고 발표하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다시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엠폭스가 발생하고 있다. 주로 해외 유입 사례이지만 밀접 접촉, 의료진 감염에 의한 국내 발생도 일부 보고된다.

국내 엠폭스 발생은 2022년 4명, 2023년 151명, 2024년 현재까지 11명으로 2022년 이후 총 166명이며 모두 클레이드 II 유전형으로 확인됐다. 아직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유행하고 있는 클레이드 Ib 유전형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 엠폭스의 증상 및 경과
엠폭스의 잠복기는 1~21일이다. 엠폭스의 증상은 발진, 발열, 근육통, 림프절 비대 등으로 초기에는 수두, 홍역, 일반 성병과의 감별이 어렵다.

발진은 환자와 접촉이 있었던 신체 부위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얼굴에서 시작해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퍼지고 몸 전체로 진행하기도 한다.

발진은 처음에는 편평하다가 나중에 액체로 채워진 물집이 되고 치유과정에서 물집이 마르고 딱지가 생겨 떨어진다.

환자에 따라 발진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발열,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2~4주 동안 지속되지만 면역저하자의 경우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합병증으로 폐렴,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각막염, 뇌염, 심근염, 패혈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어린이, 임산부, HIV 감염자 등의 면역저하자는 합병증 발생 및 사망 위험이 높다.

# 엠폭스의 진단
엠폭스는 3주 이내에 환자와 접촉력이 있거나 위험지역에 다녀온 후 수포성 발진 등 엠폭스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임상적으로 의심하고 엠폭스 바이러스 DNA를 PCR로 검출해 확진한다.

확진을 위해 가장 좋은 검체는 환자의 발진이다. 발진 부위 피부, 체액, 딱지 등을 면봉으로 채취해 검사한다.

발진 등 피부 병변이 없는 경우는 면봉으로 인후나 항문에서 검체를 얻어 검사한다.

# 엠폭스의 치료
두창(천연두) 치료를 위해 개발된 일부 항바이러스제가 엠폭스에도 치료 효과를 보인다. 국내에는 티폭스(성분명: 테코비리마트)가 도입돼 사용 중이다.

# 엠폭스의 예방
엠폭스는 엠폭스 고유의 백신은 없지만 두창(천연두) 백신이 엠폭스 예방에 효과가 있어 사용되고 있다.

주로 고위험군이 백신 접종 대상이 되지만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의 노출 후 예방에도 사용된다. 국내에는 3세대 두창 백신인 '진네오스'가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대한여행의학회 회장)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