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생명을 건 도박'이라 비판한 지역 의사회의 옥외광고에 대해 "국가 의약품 관리체계를 부정하는 비과학적 선동"이라며 강하게 맞불을 놓았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지역 의사회가 내건 자극적인 광고 문구에 대해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명했다. 약사회는 "의사들이 매일 처방하는 수만 개의 동일성분 의약품(제네릭)을 부정하는 것은 본인들의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모든 제네릭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해 오리지널 약과 효과가 동등함을 입증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사회가 이를 부정하려면 공포심 조장이 아닌 명확한 임상적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을 "환자 중심 제도이자 글로벌 표준"이라고 규정하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약사회는 먼저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핵심 근거로 내세웠다.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에 종속되지 않는 처방 구조를 통해, 환자가 약사와 상담하며 다양한 가격대의 의약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보다 투명한 의약품 소비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성분명 처방이 미국·유럽·일본 등 보건의료 선진국에서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일반명(INN) 기반 처방과 제네릭 사용 확대를 통해 약품비 지출을 줄이고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해온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 안정 효과도 강조했다. 약사회는 동일 효능 의약품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면 급증하는 약품비를 억제하고,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갈등은 오래된 의·약 분업의 핵심 쟁점인 '처방권'과 '조제권'의 경계에서 비롯됐다. 의사협회는 처방의 주체로서 약의 선택권이 의사에게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을 통해 환자의 편익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일부 의사회가 강도 높은 옥외광고를 게재하며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향후 제도 도입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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