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골수종 CD38 항체 치료 후 B형간염 재활성화 '고위험군' 첫 규명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교수팀, 환자 맞춤형 예방 전략 제시
항바이러스 예방 치료로 간염·사망 위험 감소 가능성 확인

(왼쪽부터)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탁권용 임상강사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CD38 항체 면역항암 치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B형간염 바이러스(HBV) 재활성화 위험을 환자 특성에 따라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됐다.

특히 동일한 치료를 받는 환자군에서도 재활성화 위험도가 크게 다른 '고위험 하위군'이 존재하며, 이들에 대한 선별적 항바이러스 예방 치료가 중증 간염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가 확인됐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연구팀(제1저자 탁권용 임상강사)은 anti-CD38 항체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에서의 B형간염 재활성화 발생률과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anti-CD38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과거 B형간염 감염 이력이 있는 환자에서도 재활성화 위험은 균일하지 않았으며, 특정 임상 요인을 가진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위험도를 기반으로 환자를 세분화해 맞춤형 예방 전략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5천만 명 이상이 만성 감염 상태에 있는 주요 감염 질환으로, 매년 약 110만명이 간경변이나 간암 등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과거 B형간염에 감염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표면항원(HBsAg)이 음성인 환자의 경우, 면역억제 치료 상황에서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이 경우 급성 간염이나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중증 간염 환자의 20~30%는 간 관련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다발성골수종 치료에서는 anti-CD38 항체가 1차 치료부터 재발·불응 환자 치료까지 핵심 치료제로 자리 잡으면서 사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CD38은 골수종 세포뿐 아니라 정상 면역세포에도 발현되는 만큼, 해당 치료가 바이러스 방어 면역을 약화시켜 B형간염 재활성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실제 발생률과 예방 치료 효과를 입증한 임상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anti-CD38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 709명 가운데 과거 B형간염 감염 이력이 있는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14명은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고, 166명은 예방 치료 없이 정기적인 바이러스 검사와 간 기능 모니터링을 받았다.

분석 결과 예방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환자 166명 중 13명(7.8%)에서 B형간염 재활성화가 발생했다. 이는 유럽간학회(EASL) 가이드라인 기준 '중등도 위험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단순 발생률만으로는 실제 위험도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 환자 특성에 따른 위험 인자를 추가 분석했다.

다변량 분석 결과 B형간염 재활성화를 예측하는 독립적 위험 요인은 두 가지로 확인됐다. 첫째는 B형간염 방어 항체인 anti-HBs 수치가 100 IU/L 미만인 경우, 둘째는 재발 또는 불응 단계에서 anti-CD38 치료를 시작한 경우였다.

연구팀이 이 두 요인을 기준으로 환자를 4개 하위군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저위험군에서는 재활성화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반면 고위험군에서는 발생률이 크게 증가했다. anti-HBs 100 IU/L 미만이면서 재발·불응 단계 치료를 받는 고위험군에서는 약 19.6%에서 재활성화가 발생했으며, 24개월 누적 발생률은 약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기존 가이드라인의 단순 위험 분류만으로는 실제 고위험 환자를 충분히 식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의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에서 예방 치료를 받은 환자 14명에서는 B형간염 재활성화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증 간염이나 간 관련 사망도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예방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에서는 중증 간염과 간 관련 사망이 모두 고위험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1저자인 탁권용 임상강사는 "anti-CD38 치료가 점차 앞선 치료 단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간염 재활성화 위험 평가 역시 보다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며 "anti-HBs 수치와 치료 이력을 반영한 위험도 분류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성필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anti-CD38 치료를 단순히 중등도 위험군으로 분류하던 기존 인식을 넘어 실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고위험군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선별적 예방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간부전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간질환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Hepatology(IF 33.0)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향후 다기관 연구를 통해 anti-CD38 치료 환자에서의 표준화된 예방 전략을 확립할 계획이다.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서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와 강화된 모니터링 중 어떤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