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입법 강행 조짐… 의협 범대위, 국회 앞 거리투쟁 돌입

"처방권 침해·환자안전 위협" 집단행동 예고… 형사처벌 동반 강제입법 중단
필수의약품 품절 대책 둘러싼 의·약 갈등도… "의약분업 체계 흔들릴수도"

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성분명처방 의무화' 입법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치권의 충돌이 정면으로 격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를 처방권 침해이자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강제입법으로 규정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갈등 이슈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오는 1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강제입법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형사처벌 규정을 포함한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으며, 필수 의약품 품절 대책을 둘러싼 의·약 갈등도 다시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집회에는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 시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각과 의사회 등 의료계 주요 단체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성분명처방은 의사가 처방전을 작성할 때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이 아니라 의약품의 주성분 이름으로 처방하도록 하는 제도다. 약사는 동일 성분·동등성이 인정된 의약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조제하게 된다.

최근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 필수 의약품 품절 사태가 반복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의약품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분명처방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성분명 처방 규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약사단체는 성분명처방이 도입될 경우 의약품 품절 상황에서도 동일 성분 의약품으로 대체 조제가 가능해 환자의 약품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성분명처방 강제 도입이 의료 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의약품 처방은 단순히 성분만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병력, 복용 중인 약물, 부작용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료적 판단의 결과"라며 "제약사나 제형에 따라 약동학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약물 선택 권한이 의료진이 아닌 약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환자 안전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일 성분이라도 제약사나 제형에 따라 생물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무분별한 대체 조제가 이뤄질 경우 소아나 고령 환자, 만성질환 환자에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함께 성분명처방 강제화가 사실상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성분명처방 강제 도입이 장기적으로는 의약분업 체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고 약국에서 의약품 선택 권한을 갖게 되면 사실상 처방권과 조제권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20년 이상 유지돼 온 의약분업의 기본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처방 논란이 본격화되자 범의료계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정책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성분명처방 논쟁은 단순한 처방 방식 논쟁을 넘어 의료계와 정부 간 정책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와 정부가 성분명처방 강제 도입 논의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범의료계 차원의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성분명처방 강제화는 환자 안전과 의료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신중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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