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개편에 필수과 '비상'… 의료계, 4517억 손실 경고

"검사결과 해석·진단 결정 의사 전문행위"… 해외처럼 별도 보상체계 필요
의협, 검체판단료·심층상담료 확대·필수과 추가 보상 등 전면 보완 촉구

조원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올바른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과 의료계 대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이 시행될 경우 필수의료 분야의 경영 악화와 진료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의료계는 검사 시행 자체뿐 아니라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진단·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 행위에 대한 보상이 현행 체계에서 빠져 있다며, '검체판단료(가칭)' 신설을 포함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주최,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올바른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조원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과 의료계 대안을 발표했다.

조원영 보험이사는 검체검사가 단순히 검체를 채취해 수탁기관에 보내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는 핵심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 내원 후 검사항목 선정과 필요성 설명, 검체 채취, 결과 확인, 임상적 해석, 환자 설명까지 의료기관이 수행하는 과정은 모두 전문적인 의료행위"라며 "현재 보상체계는 검사 수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진단 과정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이 제시한 검체검사 업무 프로세스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검사 처방 ▲환자 설명 및 동의 ▲검체 채취 ▲행정·관리 ▲의료폐기물 처리 ▲결과 확인 및 입력 ▲임상적 판단과 환자 상담 등 총 7단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 이사는 "검사 결과는 단순히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해 질환을 감별하고 최종 진단을 내리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며 "이러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야말로 진료의 핵심 가치"라고 설명했다.

"검체판단료 신설해야"… 해외는 이미 별도 보상

의협은 이번 개편 과정에서 검사 결과에 대한 임상적 해석과 진단적 판단을 별도로 보상하는 '검체판단료' 신설을 공식 제안했다.

조 이사는 일본의 '검체검사 판단료' 제도와 미국 CPT의 '프로페셔널 컴포넌트(Professional Component)'를 사례로 제시하며 "주요 선진국들은 검사 시행과 결과 해석을 별개의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진찰의 가치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검사 결과를 활용해 최종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전문적 판단 행위 역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검체판단료는 단순한 추가 보상이 아니라 저평가된 진료 가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이 2025년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정부가 제시한 진찰료 인상과 만성질환관리료 확대, 심층진찰료 신설 등을 모두 반영하더라도 주요 진료과는 연간 4517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의 손실 규모가 가장 컸다. 의협은 내과가 검체검사료 조정과 위탁관리료 폐지, 배분율 조정 등으로 총 3293억원의 감소 요인이 발생하는 반면 정부 보상안을 적용해도 최종 2081억원의 손실이 남을 것으로 추산했다.

산부인과는 연간 1132억원, 비뇨의학과는 738억원, 일반과는 566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 이사는 "현재 제시된 심층진찰료나 만성질환관리료 확대만으로는 필수과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며 "검사 의존도가 높은 진료과일수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탁관리료 폐지는 의료기관 운영 악화 초래"

의협은 특히 위탁관리료 폐지에 따른 충격을 우려했다. 발표에 따르면 위탁관리료 폐지로 인한 손실은 내과 684억원, 일반과 312억원, 산부인과 267억원, 비뇨의학과 149억원 등 총 1699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조 이사는 "위탁관리료는 단순한 수수료가 아니라 검체 채취와 관리, 행정처리, 폐기물 처리 등 검사 과정 전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며 "이를 일괄 폐지할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재정 이동이 이뤄질 경우 검사 시행 자체가 위축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조기 진단 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진료과 특성을 반영한 별도 보상체계도 함께 제안했다. 내과의 경우 검체판단료와 함께 만성질환관리료 재설계, 장기처방 보상 확대, 심층상담료 개선 등을 요구했다. 산부인과는 자궁경부암 세포검사 검체 채취, 질경자 치료 등 전문 진료행위에 대한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뇨의학과는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발생 1위로 증가한 상황을 언급하며 전립선 관련 검사와 요류측정검사, 배뇨기능 평가 등 전문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 보강을 요청했다. 일반과에 대해서는 지역의료 활성화 수가 확대와 만성질환 진료 보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 보험이사는 "이번 논의는 단순한 검체검사 수가 조정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 개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체판단료 신설과 적정한 배분율 조정, 필수과 보완대책이 함께 마련돼야만 검사 질 관리 강화와 의료기관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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