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곽순구 교수 연구팀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치명적인 심장 기능 저하(말기 단계)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심장 초음파 지표를 제시했다. 좌심방의 유연성을 평가하는 이 지표를 통해 고위험군을 미리 가려내고 급사 및 심부전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시간이 지나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지는 말기 단계(좌심실 박출률 50% 미만)로 악화되면 돌연사 위험이 급증한다. 기존의 좌심실 박출률(LVEF) 지표는 질환 초기 정상 수치를 유지해 조기 예측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비후성 심근증 환자 925명을 평균 6.5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전체의 3.8%가 말기 단계로 진행했으며 이들의 약 29%에서 2년 내 치명적인 심혈관 사건이 발생해 조기 포착의 중요성이 확인됐다.
이에 연구팀은 좌심방이 혈액을 머금었다가 보낼 때의 유연성을 측정하는 '좌심방 저장 변형률(LARS)'을 분석했다. 심장 부담이 쌓이면 좌심방이 먼저 뻣뻣해지므로, 정상 박출률 단계에서도 위험 신호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조기 경보 역할을 한다.
분석 결과, 좌심방 저장 변형률이 1%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말기 진행 위험은 약 10%씩 증가했다. 연구팀이 도출한 위험 기준값은 16.9%로, 이 수치 미만인 환자는 이상인 환자보다 말기 진행 위험이 3.6배 높았다. 나이, 심부전 증상, 좌심방 크기 등 다른 위험 요인을 고려해도 독립적인 예측이 가능했다.
심장자기공명영상(CMR)을 촬영한 491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에서도 성능이 입증됐다. 기존 위험 지표인 심근 섬유화(지연조영증강) 수치를 반영하더라도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독자적인 예측력을 유지했으며, 기존 모델에 이 지표를 추가하자 예측 정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됐다.
곽순구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은 질환 진행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교신저자인 김형관 교수는 "고가의 정밀 검사 없이 정기 초음파만으로 확인 가능해 임상적 가치가 크다"며 "고위험 환자를 정밀 선별하고 적기 치료를 제공해 환자 예후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심혈관영상(European Heart Journal-Cardiovascular Imag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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