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희귀 내분비질환 원인 유전자 규명 플랫폼 개발

내분비내과 이시훈 교수, '정밀의료 시대 희귀질환 진단 새 지평'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김우경)이 희귀 내분비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며 정밀의료 분야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시훈·엄영실 교수와 노민수 박사,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이헌상 교수, 한윤서 대학원생은 희귀 내분비질환의 원인 유전자 변이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유전체 분석 플랫폼 'EVE(Endocrine Variant Extractor)'를 개발하고, 이를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해 국내 최초로 새로운 'GATA3' 유전자 변이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희귀 내분비질환은 환자 수가 적고 증상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차세대염기서열분석(WES)이 희귀질환 진단의 핵심 기술로 활용되고 있지만, 한 번의 검사에서 수십만 개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돼 실제 원인 변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생명정보학 분석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EVE는 이러한 복잡한 분석 과정을 자동화한 플랫폼이다. 원시 유전체 데이터를 입력하면 의료진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임상 보고서를 생성하며, 413개의 내분비질환 관련 유전자를 중심으로 분석해 방대한 유전자 변이 가운데 진단에 필요한 후보를 신속하게 선별한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희귀질환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 환자 데이터를 이용한 검증에서는 약 32만 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를 약 1천 개 수준으로 압축해 99.6% 이상의 불필요한 변이를 자동으로 제거했으며, 전체 분석은 약 3시간 만에 완료됐다. 이는 의료진의 분석 부담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특히 연구팀은 저칼슘혈증과 난청 증상을 보인 28세 환자에게 EVE를 적용해 HDR 증후군의 원인인 GATA3유전자의 새로운 프레임시프트 변이(c.517delG)를 확인했다. 해당 변이는 국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도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병인 변이로 확인됐으며, 가족 분석을 통해 부모에게는 없는 신생(de novo) 돌연변이임을 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유전상담까지 가능해졌다.

이번 연구는 가천대 길병원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고려대학교의 생명정보학 기술이 결합한 융합 연구 성과다. 연구팀은 EVE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국내외 연구자와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향후 다양한 환자의 유전정보를 축적해 '내분비 유전자 변이 아틀라스(Endocrine Variant Atlas)'를 구축함으로써 희귀 내분비질환 진단과 정밀의료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시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의가 복잡한 생명정보학 지식 없이도 유전체 분석 결과를 실제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 더 많은 유전 변이 정보를 축적하고 AI 기반 분석 기술까지 접목해 희귀 내분비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정밀의료 시대의 새로운 진단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