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후 남은 유방 미세석회, 모두 제거 안 해도 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 유방암 환자 518명 분석…맞춤형 유방보존수술 근거 제시

유방암 수술 전 항암치료를 받은 뒤 유방에 미세석회가 남아 있더라도 암의 종류에 따라 이를 모두 제거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HER2 양성과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남은 미세석회의 크기가 작다면 암세포가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확인돼, 환자별 맞춤형 수술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가 마련됐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성귀·배숭준 유방외과 교수와 은나래 영상의학과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백승호 유방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선행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유방암 환자 518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아형에 따른 잔여 미세석회의 임상적 의미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선행항암화학요법은 수술 전에 항암치료를 시행해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는 치료법으로, 유방 절제 범위를 최소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항암치료 후 MRI에서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유방촬영술에서는 미세석회가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세석회는 유방 조직 내 칼슘이 침착된 미세한 결정체로, 암세포가 있던 흔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지만 항암치료만으로는 잘 없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동안에는 남아 있는 미세석회 속에 암세포가 잔존할 가능성을 우려해 미세석회가 분포한 범위까지 넓게 절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술 원칙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항암치료 후 미세석회만 남고 암세포는 완전히 사라진 사례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술 범위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유방암의 분자 아형에 따라 잔여 미세석회와 실제 암세포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암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HER2 양성 유방암과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선행항암치료 후 MRI에서 종양이 완전히 소실되고 남은 미세석회의 크기가 2cm 미만인 경우 대부분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보였다.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HER2 양성 유방암이 87.2%, 삼중음성 유방암은 91.7%에 달했다.

이는 미세석회가 일부 남아 있더라도 실제 암세포는 거의 제거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환자에 따라서는 기존보다 절제 범위를 줄인 유방보존수술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MRI 소견이나 미세석회의 크기와 관계없이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4.8%에 불과했으며, 전체 환자의 95.2%에서는 미세석회 부위에 암세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경우에는 기존처럼 미세석회가 남아 있는 범위를 충분히 포함해 절제하는 것이 안전한 수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잔여 미세석회의 임상적 의미를 유방암 아형별로 체계적으로 규명한 연구로, 향후 환자 맞춤형 수술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성귀 교수는 "HER2 양성 및 삼중음성 유방암은 선행항암치료 후 완전관해율이 크게 향상됐지만 미세석회가 남아 있는 경우 수술 범위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유방암의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수술 범위를 달리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미세석회의 특성을 고려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통해 환자의 수술 부담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방암 분야 국제학술지 『NPJ Breast Cancer』(IF 8.4)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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