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돼도 또 차린 사무장병원…올해 3곳 중 1곳 '재범 가담'

환수금 5천억 중 87% 미징수… 개설 단계 차단·재산 보전 시급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가담했던 인물이 또다시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에 관여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적발 이후에도 반복 개설을 차단하는 사후 관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으로 부당이득금 환수 결정이 내려진 곳은 총 20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과거 불법 개설 가담 이력이 있는 인물이 포함된 '반복 개설 불법 기관'은 40곳으로 전체의 19.6%를 차지했다.

특히 반복 개설 기관의 비율은 연도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환수 결정 기관 중 반복 개설 비율은 2023년 10.6%(47곳 중 5곳)에서 2024년 16.0%(50곳 중 8곳), 2025년 21.6%(74곳 중 16곳)로 매년 증가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는 33곳 중 11곳에 달해 전체의 33.3%를 기록, 적발된 불법 기관 3곳 중 1곳꼴로 과거 가담자가 재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 종별로는 치과의원이 79곳(38.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원 51곳(25.0%), 약국 33곳(16.2%), 병원 12곳(5.9%), 한방병원 11곳(5.4%), 한방의원 10곳(4.9%), 요양병원 7곳(3.4%), 치과병원 1곳(0.5%) 순이었다. 치과의원·의원·약국 3개 종별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으며, 치과의원의 경우 2023년 7곳에서 2025년 34곳으로 적발 건수가 급증했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31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가 각각 26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상남도 19곳, 강원특별자치도 16곳, 전남광주통합특별시 15곳, 대구광역시 13곳, 충청북도 12곳 순으로 나타났다. 시군구 단위에서는 경남 양산시가 11곳으로 최다를 기록했으며, 강원 원주시(8곳), 부산 해운대구(6곳), 강원 강릉시(5곳), 세종특별자치시(5곳)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 광주시에서도 2025년 1곳이 환수 결정 대상에 포함됐다.

불법 개설로 흘러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의 회수 실적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2023년부터 2026년 7월까지 결정된 부당이득 환수금 총 4977억2500만원 중 실제 징수된 금액은 626억7200만원에 불과해 징수율은 12.6%에 그쳤다. 미징수액은 4350억5300만원으로 전체 환수 결정액의 87.4%에 달한다.

건강보험공단은 해당 기간 예금·부동산·차량 압류, 경공매, 소송 등 총 6,035건의 강제 집행 및 징수 조치를 단행했으나 재산 은닉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금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비의료인이나 비약사가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불법 개설 기관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과잉 진료와 부당 청구를 유발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건보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보공단이 집중 및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으나, 단순 신고와 사후 환수 방식만으로는 가담자의 재개설과 자산 은닉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병훈 의원은 "불법 개설 기관을 적발하고도 가담자가 다시 병원이나 약국을 개설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단속과 동시에 또 다른 재정 누수가 발생하는 셈"이라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개설 신고 단계부터 지자체·수사기관과 연계해 과거 가담자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발 즉시 재산 보전 조치를 취해 환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시적인 집중 신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반복 개설 차단율과 실질 환수율을 정부의 주요 성과지표(KPI)로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유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