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의학회 "교육 막히고 규제만"…내시경 소독 확대 촉구

연간 3600명 교육받아야 하지만 실습 공간 태부족…"기준 충족 학회에 문호 개방해야"
2030 여성 이상지질혈증·남성 전립선암 검진 확대 제안…AI 판독 수가·재정 지원도 요구

(왼쪽부터)검진의학회 윤중원 부회장, 양대원 수석부회장, 박창영 회장, 이민영 학술위원장, 한재용 학술대외협력 부회장, 이정화 공보이사

국가건강검진 현장의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교육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시경 소독 실습 교육은 신청과 동시에 마감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인공지능(AI) 판독 기술을 도입한 검진기관도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검진의학회(회장 박창영)는 11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컨벤션홀에서 제36회 추계학술대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건강검진 제도 개선과 검진기관의 현장 애로사항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학회는 내시경 소독 교육기관 확대와 검진 항목 개선, AI 도입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주요 현안으로 꼽힌 것은 내시경 세척·소독 실무자 교육의 공급 부족이다.

현행 국가건강검진기관 평가 기준에 따르면 내시경 소독 실무자는 3년마다 소독 실습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연간 3600명 이상이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실습을 제공하는 기관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국립암센터 등 일부에 한정돼 있다. 교육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마감되는 이른바 '오픈런'이 수년째 이어지는 배경이다.

윤중원 총무이사는 교육 공간 자체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총무이사는 "현재 춘계 학술대회 기준으로 소화기내시경학회 24개, 위대장내시경학회 4개 등 총 28개 방이 운영되는데, 수요를 맞추려면 최소 60개 방이 필요하다"며 "지방 의료기관은 접근성까지 떨어져 교육 이수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개원가의 높은 직원 이직률도 부담이다. 3년마다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 직원을 채용해도 교육 기회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창영 회장은 교육 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교육받을 여건은 마련하지 않는 정책 구조를 비판했다.

박 회장은 "국가가 의무 규정을 만들었다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을 받지 못해 평가 점수가 깎이고 등급이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준을 충족한 학회라면 소독 교육기관으로 인정해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국가 공인 소독 지침 공동 저자들이 참여하는 자체 소독위원회를 운영하고 실습 프로그램을 갖춘 만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협의해 교육기관 인증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2030 여성 이상지질혈증·남성 전립선암 검진 공백 해소해야

국가건강검진의 연령·성별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젊은 여성의 이상지질혈증과 남성 전립선암이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양대원 수석부회장은 현행 이상지질혈증 검진이 남성은 24세부터 시행되는 반면 여성은 40세부터 시작돼 젊은 여성의 조기 발견 기회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양 수석부회장은 "최근 비만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20~30대 여성 가운데 이상지질혈증을 앓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예산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젊은 여성에게 최소 10년에 한 번 검사를 제공하거나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 전립선암 조기 발견을 위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 도입도 제안했다. PSA 검사는 전립선암을 선별하는 데 활용되지만 과잉 진단 우려도 있어 국가검진 도입 여부를 둘러싼 검토가 필요하다.

양 수석부회장은 "전립선암을 늦게 발견하면 뼈 전이와 수술, 호르몬 억제 치료 등으로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과잉 진단 논란을 줄이기 위해 56세와 66세 등 특정 연령대에 선별검사를 시행하거나 충분한 설명을 거쳐 환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양대원 수석부회장, 윤중원 총무이사, 한재용 학술대외협력 부회장, 이민영 학술위원장

검진기관은 자비로 AI 도입…"수가·재정 지원 필요"

검진 현장의 AI 활용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요구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 등 AI 기반 영상 판독 관련 세션이 마련됐다. 검진기관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솔루션 도입과 운영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이민영 학술위원장은 "일선 검진기관들은 수검자에게 더 정확한 판독을 제공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자비로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수가 보전이나 인센티브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AI 활성화를 정책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검진 현장의 투자 부담을 줄일 지원책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도 국가건강검진 정책에 AI 활용이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제4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 회의 등에서도 AI가 필수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며 "검진기관의 AI 조기 안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기금이나 재정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내부 운영 체계도 손질하고 있다. 지난 5월 상임이사회 의결을 통해 회장 임기를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정관 개정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7월 박창영 회장의 제7대 회장 연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박 회장은 2027년 1월부터 2년간 학회를 이끌 예정이다.

학술대회 일정도 기존 춘·추계에서 동·하계 체제로 바꾼다. 봄과 가을에 다른 학회 일정이 집중되면서 회원들의 참석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한 조치다. 제37회 학술대회는 내년 1월 24일 세종대학교에서 동계 학술대회로 개최된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