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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폭탄주 유행도 미사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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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13:28

<138>  웬 ‘밤샷’


술에는 ‘적당히’가 없나보다. 술과 안주의  종류, 마시는 장소, 당시의  기분과 분위기, 시간, 같이 마주한 사람 또는 성별 등에 따라 적당히라는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포장마차에 혼자앉아 50중반의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마시는 소주 한병이 열병의 취기를 돋우고, 흰꽃을 날리며 부서지는 동해안 백사장에서 거시기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비운 열병의 소주가 한병의 취기에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왜 일까.


나는 적당히 마셨는데 친구가 “딱 한잔만 더하자고 해서”마셨더니 꼭지가 돌아버리고 필름이 끊기는 일은 주당들에게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술을 강요하고 잔돌리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술문화에서 적당히 마시려면 술을 안마시는 것이 옳다. 적어도 술의 3단계 대화(처음엔 선비, 다음엔 스님, 마지막엔 신선처럼 나누는 대화-37회  취중진담 참고)를 거쳐야 엉덩이를 떼는 묘한 버릇이 지금 전국의 유흥문화를 주름잡고 있어 중간에 도망가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간단하게 마시고, 화끈하게 놀면, 술이 팍 깨서 좋다는 폭탄주가 변화의 세월속에서 이제는 일인당 수십잔씩 돌아가며 마시는 소주처럼 돼버렸다. 아마 술마시기 월드컵을 하면 우리나라 대표선수는 히딩크 감독 없이도 4강이 아니라 결승에서도 압도적 승리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요즘 강남을 거점으로 폭탄주를 개작한 이른바 ‘BOMB WHISKEY(밤 위스키)’가 유행하고 있다. 보통 ‘밤샷’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 술은 낱잔 폭탄주일 따름인데 유행번식 속도는 미사일급이다.


몇일전 친구 몇명과 약간의 이슬을 채우고 압구정동 소재 모 카페를 들어갔더니 젊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면서 ‘밤샷’을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원샷도 완샷도 아닌 밤샷을 외치니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웨이터를 불러 밤샷이 뭐냐고 물으니 낱잔으로 파는 폭탄주라고 일러줬다.
한잔 5,000원서부터 8,000원까지 있는데 칵테일식이다 보니 심청이가 되는 양주에 따라 가격차이가 조금씩은 있었다. 내용이야 그럴싸 했지만 어찌 젊은 주당들이 주포스맨 같이 마시겠는가 연속적으로 한잔더를 불러대니 결국 양주 한병값은 고스란히 바치고 가는 것이 당연한 일.제버릇 개 못준다고 우리도 술김에 밤샷을 불러대다 결국 양주 두병꼴을 퍼마셨으니  역시 술맛은 분위기가 많이 자지우지 하는 것임에는 틀림 없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남녀불문 주량들을 봐서도 잘만 작업하면 7번 아이언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밤샷이 나올수도 있겠다고 생각되는바 20∼30대 주당들은 한번쯤 가보시기 바람. 웨이터말이 진실이라면 역삼, 서초, 신사, 청담, 논현동 일대 30여곳에서 이런 장사가 성업하고 있다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찾아보면 보일 것임.


참으로 신기한 것은 엇그저께 강남일대서 ‘히딩크와 붉은악마 칵테일’이 유행한다고 소개했더니 몇일안돼 또다시 신종주법이 생겨났으니 강남은 역시 어제와  오늘이 다른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엔 이런 것이 나오지 않을 까. 군대생활 추억을 살려 잔을 작은 철모처럼 만들어 마시는 ‘철모샷(일명 바가지 샷)’말이다. 밑이 둥글기 때문에 술을 부으면 절대 바닥에 내려 놓지 못하니 그냥 마실수 밖에(주당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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