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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등신 아가씨 몸위에 안주가

  • 고유번호 : 1191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15:42

인어아가씨 안주(上)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귀공자 같은 사람이 술만 들어갔다 하면 거시기가 있는 집을 들락날락하는 괴짜 선배가 한 분 계신다. 아마 돈벌어 그런 술집에 갖다 바친 것만 합해도 아파트 한 동은 장만했을 것이라고 자신이 큰 소리 뻥뻥치고  다닌다. 부동산 졸부라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후천성 처녀 밝힘증  질환에 걸린 것인지 꼭 이런 집에 갈 때는 몇몇 주당들을 대동하고 다니는 버릇을 갖고 있다. 지금은 그 주인이 마약을 하다 구속돼 술집이 없어진 것으로 알지만 지금도 그곳에서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내가 나가는 모임 중에는 30대부터 60대까지 각양각색의 사람이 참석하는 재미있는  00회가 하나 있다. 여기에 이 선배가 참석하고  있다. 십중팔구 후배들 처리는 누가 뭐래도 선배 자신의 몫이다. 제왕적 권위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배 술 사주는 것보다 후배 술 사주는 것이 더 흐뭇하다고 자위하는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다. 보통 1∼2백만원 어치  술 사는 것은 우리들 껌값 하듯 한다.
하루는 이 선배가 지갑이 평소보다 더 두둑했는지 모임에서 50세주를 마시는데  주당후배들을 향해 “야 내가 한잔 진하게 살테니 어디 끝내주는 술집 없냐”라며 심장뛰는 비수를 날렸다. 평소실력을 잘 아는지라 후배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한  결과 한 친구가 해답을 제시했다.


자신이 잘 아는 선배가  하는 술집이 있는데 서울 아래서는 아마 이런집 한집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말로 들어서는 황당하기도 하고 안 가보기에는 궁금한 그런 스토리가 있는 술집임에는 틀림 없었다.
의견일치, 주당합의를 끝내고 설레는 마음을 안착해가며 소설 속에나 있을 것 같은 그런 술집으로 우리는 안내됐다.


밖에서 보아서는  전혀 알 수 없는 허름한  주점이나 다를바 없는 그런 풍경인데 들어가보니 형광물질이 불빛에 반짝 반짝 거리며 50세주에 적신 눈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었다. 단번에 무허가 술집이라는 느낌이 와 닿았다.
사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깍뚜기처럼 보이기도 한 40대 후반의 남자(알고보니 사장이었음)가 반가이 맞으면서 룸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상한 것은 룸 안에 테이블이 없었다. 영문도 몰랐지만 이 순간을 놓칠세라 선배는 그 남자를  향해 오늘 제대로 한번 모셔 보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이것이 그런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담배 한 개피씩을 피워 물고 심장의 고동소리를 죽이고 있는데 술과 안주가 동시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탁자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팔등신의 처녀가 벌렁 누운채 온몸에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로 장식을 하고 실려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 뒤를 이어 금방이라도 가슴이 바닥에 떨어질 듯한 미끈미끈한 아가씨들이 파트너로 선발돼  들어와서는 인사를 하고 머슴아들 옆에 찰떡처럼 달라붙어 앉았다.


술도 제법 비싼 로얄슬롯트로 세병씩이나 얹혀져 들어왔다. 술판이 시작되자  한 아가씨가 안주를 먹으라며 누워있는 아가씨 가슴 쪽에 뒤집혀 있는 복숭아를 집어들었다. 그 안에 건포도 같은 거시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때서야 우리는 누워 있는 아가씨가 접시 노릇을 하고 몸에 치장해놓은 것은 모두 안주임을 알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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