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만 아가씨 가슴을…

  • 고유번호 : 1143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0:51:58

<116> 전철안에서(上)


복잡한 전철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아마 이런 경험 한 번 쯤은 했다고 본다. 우연찮게 밀리다 안착한 곳이 여자와 마주 보고 섰거나 자신의 중앙청이 여성의 엉덩이 부근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를 말이다.
참으로 곤란한 것은 손을 어디에 둘지 난감해 진다는 사실이다. 잘못하면 성폭력으로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나마 술이라도 한잔걸쳤다 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돼 있다.
얼마전 소설같은 현실을 체험한 10년지기 주당이 있다. 평소 전철 타기를 싫어하고 주로 택시를 이용하던 이 주당이 이날 왜 전철을 탔는지 자신도 의아해 하고 있다. 아마도 눈꺼풀이 뒤집혔나 보다고 스스로 느스레를 떤다.


그의 소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때는 금요일 퇴근후, 종로통에서 거나하게 한잔을 찌껄인 이 주당이 전철을 탄 것은 인천행 막차 바로 앞차였다.
금요일이어서 올라탄 전철은 콩나물 시루처럼 복잡했고, 사람들의 열기로 내부에는 훈훈한 감이 돌았다. 두정거장을 막 지났을까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싶었더니 앞뒤로 여자가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언뜻 보니 앞에 있는 여자는 20대 정도였고 뒤에있는 여자는 아줌마였음이 확인됐다.


평소보다 몇잔 더걸친 소주의 위력은 훈훈한 온기 때문인지 급물살을 타듯 심장을 마구 흔들어 댔다. 흐느적 거리는 몸은 전철이 요동치는대로 내맡겨졌고 가끔 브레이크를 밟는듯한 소리가 들릴 때면 한쪽으로 15도 쯤 기울어졌다 원상태로 돌아오곤 했다.
바로 이때였다. 술이 취해서가 아니라 넘어지지 않으려다 보니 어이없게도 앞에 있는 여성의 가슴을 잡게 된 것이다. 여자는 “엄마야, 뭐 이런 아저씨가 다 있어 어디를 만지는 거야”라며 소리를 꽥 지르는데 어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고 한다.


순간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 붉게 물들기 시작한 얼굴을 추켜 들지도 못한채 “죄송합니다. 중심을 못잡아서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고 사과는 했지만 망치로 뒤통수 한 대를 얻어맏은 듯한 기분은 도저히 인천까지 이대로 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하는 수 없이 시청역에서 하차를 했다. 택시를 타기로 작심하고 내려 몇발을 걸어가는데 아까 문제의 그 아가씨가 뒤에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아차 큰일 났구나 생각하려는 순간 아가씨 왈 “아저씨 아까 전철 안에서 미안했어요, 갑자기 당한 일이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나 봐요, 아저씨 저가 사과하는 의미에서 술한잔 사면 안될까요”라는 것이었다.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오 하느님! 저에게 이런 행운을 주시다니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이영광을 아버지께 바칩니다.’ 그러고는 점잖게 “오히려 제가 잘못을 한 것이니 제가 한잔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답장을 던졌다.
일단 의견일치, 의기투합이 된 것으로 보고 둘은 무교동 쪽에 자립잡은 엄침한 술집에 마주않았다. 주당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리스트
답글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300자 이내 / 현재: 0 자 ] ※ 사이트 관리 규정에 어긋나는 의견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현재 총 ( 0 ) 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