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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새벽 4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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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10:42:16

(97)괴짜 여자주당(下)


잔디에 누워 하늘을 쳐다 보고 있는데 여자주당 언제 갔다왔는지 막걸리 10병과 쥐포 10마리를 사왔다. “오빠들 여기서 밤새도록 한 잔합시다”며 한잔씩 쭉 따라주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요즘 남자들 술이 약해 어디 제대로 써 먹겠나” 충격이었다. 망치로 뒤통수 한 대를 얻어 맞은 것 같았다.


막걸리 10병도 순식간에 없어졌고 뒤이어 10병이 더 날라져 왔다. 술이 약한 순서대로 혓바닥이 말리기 시작했다. 잔디밭이다 보니 술에 취하면 자동으로 뒤로 벌렁 누우면 됐다. 한 놈이 뒤로 넘어지더니 애인을 데려온 후배도 영 상태가 안좋은지 앞으로 30도 뒤로 15도를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주당은 돌부처였다. 자칫 술 마셨다고 하면 욕먹을 정도로 선도가 극히 정상이었다.


이럭저럭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3시를 알리고 있었다. 남자들의 술판도 아무리 길어야 이쯤에서 끝날터인데 도무지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남자 체면에, 선배 체면에, 주당 체면에 후배 애인 앞에서 술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술 취한 후배들을 여자에게 떠맏겨 놓고 혼자 집으로 갈수 도 없는 일. 이럴 때를 빗대어 ‘오도가도 못하고 오동나무에 걸렸다’고 했던가.


은근슬쩍 졸고 있는 후배를 깨우는 척 행동을 해봤지만 “술취한 사람 깨우지 말고 그냥두세요 갈 때 깨워가면 돼지요”라며 한수 더 놓는 것이 아닌가. 진짜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다. 쪽 팔리지만 하는 수 없이 “내일 아침 중요한 회의가 있어 이 쯤에서 먼저 좀 일어서야 겠네요”라는 말을 건냈다. 그러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여자 왈 “4시에 헤어지면 되잖아요. 선배님이 지금 가시면 이 남자들 둘을 나보고 어쩌라는 것입니까”라며 화장실 갔다 올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하나님 이럴 때 어찌하면 좋으리까라는 하소연을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는데 저만큼에서 걸어오는 여자의 한손에 뭔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화장실 갔다 온다는 여자가 25시 편의점에 가서 캔맥주를 사가지고 온 것이다.


참 세상 오래살지는 않았지만 진짜 희귀동물처럼 보였다. 그것도 남자라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하지만 처녀가 이모양이니 한순간에 면상도 보기 싫어졌다. 홧김에 강아지 걷어 찬다고 다소 기분 나쁜듯한 목소리로 후배들을 일어나라고 마구 흔들어 깨웠다.
비몽사몽간에 일어난 후배들이 집에 갈 것을 재촉하자 재빠르게 캔맥주 한통을 비운 이 처녀가 던진 말 “우리 모두 사우나가서 한잠자고 각자 출근하지요”라며 여의도 부근 모 호텔 사우나로 찾아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때를 틈타 나는 재빠르게 호텔앞에 대기중인 택시를 집어타고 집으로 36개 줄행랑을 쳤다.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가니 혈압이 하늘 끝까지 치민 중전께서 어디서 놀다왔는지 이실직고를 하라고 하지 않는가. 부처님 이럴 때 어찌하면 좋습니까. 나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날의 스토리를 차마 말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은 ‘애고 애고 깨갱 깨갱’이 됐지만 몇 일째 그 여자 주당의 망령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남자주당 여러분 제발 인생살다 이런 여자 만나지 마시길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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