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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분명히 남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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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0:47:42

<110> 첫 술(下)


맞아죽지 않고 살아나온것만 해도 하느님께 감사해야지.
아무리 헛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술이 취했기로서니 남편인지 남편 닮은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됐을까...아...이.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늘어져 끌어 당기는데 어찌 목소리가 영 딴판이었다나. 정신가다듬고 다시보니 어머나 아까는 남편이었던 사람이 금새 다른사람으로 변해있었다나. 죽었구나 하고 멱살을 놓는 순간 약 0.0005톤 파워의 오형제가 뒤통수로 날아오는 것과 동시에 “별 미친년 다있구먼”이라는 짧막한 맨트까지 보너스(덤)로 실려왔다.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자리를 도저히 찾을 수 없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같이온 친구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이럴때는 자리를 찾지말고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는 친구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임에도 처음이다보니 경험부족으로 자리만 찾은 것으로 사료됨).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형수. 일단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쬐끔 정신을 차렸지만 도무지 지난 몇시간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택시가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두 번째 문제발생, 돈이 든 가방을 나이트에 두고 그냥 택시를 탄 것이다. 택시비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 택시비 긴급지원을 위해 집으로 SOS를 때렸는데 형님이 받은 것이다.
1층 엘리베이트 문이 열리고 택시비 1만2,000원을 들고 나오는 형님을 보는 순간 나이트에서 멱살을 잡은 그 남정내 생각이 났다. 방으로 올라간 형수 “죄인 편히 주무시겠나이다”하고 잠을 잤으면 다행이었을텐데 그래도 여자라고 한수 던졌겠다. “여보 당신도 술집에 가면 아무 여자나 끼고 술마시나” 그러자 형님왈 점잖게 “이 사람 평생 안먹던 술마시고 술 주정하고 있나. 내가 아무 여자들이랑 어울려 술마시는 사람으로 보이냐”(실제는 술집에 가면 꼭 여자 파터너를 찾는 스타일임).


모든 것은 여기서 끝났어야 했다. “거짓말이다”  “아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아” “이 사람 나를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이야”등 난상토론을 벌이다 너무 열받은 형님께서 결혼후 처음으로 오형제표 파리채로 잠시 뺨을 안마해 주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사실 동대문에서 뺨맞고 남대문에 와서 화풀이 한다고 형수의 입은 거칠어 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혼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연신 쏟아냈다. 그러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밤새도록 한 일이 있는데다 아침에 남편 얼굴을 보니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편 얼굴은 장마전선이 드리워져 곧 천둥이라도 칠 것 같았다.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기똥찬 맨트가 떠올랐다. 주당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일은 모른다고 닭발내미는 것을 자주 보아왔던 터라 형수는 형님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어제 무슨 일 있었나. 난생처음 술 한잔했는데 어제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 둘은 아무 말없이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지금까지 이야기는 형님과 형수를 모시고 술한 잔하면서 교대로 들은 이야기를 사실대로 적은 것이다. 혹시 두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주당의 입장에서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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