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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1,200포기 날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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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12 07:56:21

(79) 촌놈 객기


“하여간 촌놈은 모르면 물어서 가라” 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은 서울에서 촌사람 행세하기 싫어 아는 척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일게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야 잘 모르지만 초행일 경우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강원도 첩첩산골에서 농사만 짓던 후배 한명이 친구 결혼식 때문에 서울길에 올랐다. 마음도 설레지만 TV에서나 보아왔던 서울이라 보고 싶은 것도 많았던 탓에 저녁에 숙소에서 혼자 나와 시내를 배회하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한때 박지만씨가 타락의 장소로 택했던 영등포 사창가를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친구 그곳이 사창가인지 몰랐다고 하는 것을 보아서는 술이 많이 취했던 것 같다. 아니면 호기심이 발동해 들어 갔다가 큰코 다치고 나온 것인지, 하여간 촌놈행세는 혼자 다하고서는 친구들에게는 “서울갔다가 죽는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농사를 짓다보니 얼굴이 시커먼데다 비록 양복을 걸쳤다 하더라도 촌놈티가 바로 나는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는 후배다. 이친구 왈, 결혼식 전날 몇몇 친구들과 서울에 올라와 영등포 부근에 숙소를 정해 놓고 내일을 위해 간단하게 한 잔하고 잠을 자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숙소에서 살금살금 빠저나온 이 친구 밤야경이 화려한 영등포의 마법에 걸려든 것은 사창가 주변 포장마차에서 한 잔을 더하고 있을 때였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분주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때 난데 없는 여자 한명이 “아저씨, 뭐 기분 안좋은 일 있으세요? 제가 친구 해드릴까요”라며 옆자리에 앉더라는 것. 기분 나쁠것도 없고해서 같이 한잔했겠다. 소주 몇 병이 비워지고 취기가 확 오르기 시작할 무렵 그 여자는 본성을 드러냈다.


“어저씨 내가 오늘밤 죽여 줄테니 우리 업소에 가서 한잔하자”는 말에 이친구 영문도 모르고 따라 나섰는데 이곳이 다름 아닌 사창가였다. 서울 사람들도 걸려들면 지갑 툭툭 털고 나오는 정도인데 촌놈 후리기 얼마나 좋았을까. 돈이 없다면 몰라도 서울오는 길에 노잣돈 두둑히 챙겨 왔겠다. 이 친구 그안에 들어가서는 되도않은 똥폼 잡는다고 술을 한잔하는데 까지는 좋았는데 계산하면서 그만 시비가 붙고 말았던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 하고 너무나 큰 차이가 나자 촌놈 불뚝 성질을 참지 못하고 아가씨에게 욕설을 하자 멱살잡고 싸우는 상태로 진전됐다.(흔히 이런 곳에 있는 아가씨들은 작업할 때와 계산할 때 180도 달라지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때 건장한 깍두기 같은 남자 한 명이 나타나서는 싸움을 말리는 척 하더니 뒷쪽으로 끌고 가서는 하는 말 “야 임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 부리느냐”고 하면서 한방 날라오는데 정신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자칫하다가는 맞아 죽겠다 싶어 이 친구 술값에 떡값에 아가씨 멱살잡은 비용까지 합해 배추판돈 고스란히 바치고 나왔다.
그는 말한다 “촌놈 술먹고 사창가 한번 잘못 갔다가 자그마치 배추(한포기 1,000원 기준)1,200포기 값을 물어주고 나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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