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마무리는 포장마차

  • 고유번호 : 807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12 07:43:57

키 190cm, 몸무게 103kg 씨름선수의 체격이 아니다. 지금도 아마 어디에서 술판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을 머리 때리는 주당선배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경찰에서 잔뼈가 굵은 완벽한 경찰묵기 임00 주당. 지금은 경찰에서 퇴직한후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현직에 있을 때는 드럼통이었다. 사람사귀기를 좋아하는 심성 때문에 경찰 출입기자들과도 상당히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도 그 인연을 지속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형사와 기자가 술을 마시면 술값은 주인이 낸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 주당선배는 성질까지 급해 다른 사람 계산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작은 계산이건 큰 계산이건 자기가 계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다.


더 묘한 것은 주머니에 술값이 없으면 절대 술집에 가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보통의 주당들과는 다른 뭐가 있다. 술을 마시는 순서도 1차 식당에서 두당 소주2병, 2차 캬바레에서 양주 2병, 3차 노래방, 4차 포장마차에서 오뎅국물로 입가심이 두당 소주1병. 아마 몇십년을 그렇게 살아온 탓인지 완전 체질화 돼있다.


수차례 술자리를 해봤지만 한번도 이런 룰을 어겨본 기억이 없다. 가는 코스가 획일화 되다보니 술판에 모여드는 대부분의 주당들 주량은 엇비슷하다. 때문에 적당히 분위기만 무르익으면 어떤 자리보다 재미있을 수 있다. 누구를 만나도 1차만 끝나면 순식간에 형님 동생으로 관계를 만들어 버리는 이상한 마력도 지니고 있어 번거로운 직장 호칭은 금방 사라진다.
누가보면 영락 없는 몇십년 지기다.


하루는 이런 주당에게 과감히 도전한 사나이가 있었다. 깡마른 체질에 주먹만한 위장통을 달고 있는 모일간지 정치부기자 김00. 아마도 그날 죽기살기로 달려 들었다가 죽기 일보직전에 살아남았다는 전언이다.
이친구 주량은 한자리서 소주 6병 거뜬. 이정도면 괜찮다기 보다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 주당이건만 선수를 잘못 만난것이다. 하루는 이친구가 이 주당선배를 만났는데 한자리에서 끝을 보는 또다른 체질 때문에 2차 3차를 마다하고 한자리서 퍼마시기로 약속을 했겠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둘이 똑같이 마셔야만 누가 술이 센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마실때마다 종이에 正자표시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둘은 밤새도록 마실수 있는 24시간 식당을 찾았고 공식적인 기록을 통한 경기에 들어갔다.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이 3~4시간 소주 빈병 공식통계 12병, 더마셔도 될 것같은 이친구 과감히 3병을 더시켰다. 그러나 평소 훈련은 이쯤에서 생맥주 두서너잔으로 하루일과를 마쳤는데 이날은 신기록에 도전한 것이다.


3병도 순식간에 비운뒤 왠지 속이 이상한 것 같아도 괜한 똥고집 때문에 “몇병 더하죠”라는 말을 건냈고 몇잔을 주고 받다 결국 식탁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다음날 잠을 깨보니 자신은 여관방에 눕혀져 있고 그옆에는 만원짜리 두장과 메모지 한장이 있었는데 내용인즉 ‘동생! 몸이 많이 약해졌구만, 포장마차에서 한잔 더하고 있을테니 시간이 되면 오거나, 아니면 내일아침 이돈으로 해장국이나 먹고 출근하게’라고 쓰여 있는 것이었다. 역시 마지막 술자리 코스를 빼놓지 않는 주당 선배의 고집에 지금도 나는 일개 주당으로서 찬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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