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힘든 췌장암, 표적항암제와 암백신 주목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장, 생존기간 높여

췌장암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외과적 절제이지만, 대부분이 암이 많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 발견 당시 수술 절제가 가능한 경우는 20% 이내며, 절제가 가능한 환자의 경우에라도 미세 전이의 우려가 있다.

암세포가 국소 혹은 전신으로 진행된 진행성 췌장암이나 외과적 절제수술 후에는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환자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기 위한 항암요법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췌장암은 그 특성 상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는 암에 속해, 그간 적극적인 항암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췌장암에서도 항암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들이 보고되고 있다. 진행성 췌장암의 1차 치료제로는 '젬시타빈(gemcitabine)'이 단독치료 혹은 방사선치료와의 병합으로 널리 사용된다. 이와 함께 '엘로티닙(erlotinib)'이나 '카페시타빈(capecitabine)', '시스플라틴(cisplatin)' 등과의 병용요법도 시행된다. 특히 카페시타빈이나 5-FU 성분의 경구항암제는 젬시타빈 요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에 대한 2차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아브락산'은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세엘진에서 출시한 아브락산은 종양 타겟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냅 기술(nab technology)을 통해, 130nm크기의 인체단백질인 알부민 입자(nanoparticle albumin)를 세포독성항암제인 파클리탁셀(paclitaxel)에 결합시킨 제제다. 기존 파클리탁셀 계열 항암제에 비해 암세포 타겟 공격성이 강하고, 정상세포에 미치는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아브락산주는 기존 표준요법 대비 전체 생존기간을 2.1개월 연장시켰으며, 사망 위험을 28% 감소시키는 등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받았다. 또한, 기존 파클리탁셀 항암제에 쓰이던 가용화제 대신 인체단백질인 알부민 결합으로 치료제 투여 시간과 부작용을 대폭 감소시켰다. 최근에는 아브락산과 젬시타빈의 병용요법이 전이성 췌장암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한편, 시대의 흐름에 따라 췌장암에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적용되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서만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이나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암세포만을 억제하는 2세대 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암세포가 지닌 특이적 항원을 공격하는 3세대 항암제로,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이 적다.

췌장암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로는 로슈의 '타쎄바(엘로티닙)'가 유일하다. 타쎄바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억제제로, 암세포 특유의 EGFR을 공격해 세포분화 기전에 필요한 티로신 키나아제 효소를 차단해 암세포의 분화 및 성장을 억제한다.

타쎄바는 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EGFR 활성 변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젬시타빈과 병용해 국소 진행성, 수술불가능 또는 전이성 췌장암에 대해 1차 치료로 권고받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일종으로, 일명 암백신으로도 불리는 '리아백스(테르토모타이드 염산염, tertomotide HCl)' 역시 새로운 췌장암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아백스는 암세포가 가지고 있는 세포노화 억제 효소인 텔로머레이즈(telomerase)를 면역세포가 인식하게끔 해, 체내 T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끔 한다. 혈중 이오탁신(eotaxin) 농도가 높은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는 데 효과를 나타냈다. 이오탁신은 체내 바이오마커 중 하나로, 췌장암 환자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아백스는 2014년 3상 임상을 병행하는 조건으로 시판을 허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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