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합성생물학' 설계 중심 재편 … R&D 패러다임 전환

글로벌 시장 340조 규모 팽창, AI·바이오파운드리가 신약 개발 생산성 100배 높여

글로벌 제약 산업의 중심축이 전통적인 '실험 중심 연구'에서 '디지털 설계·생산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설계-제작-검증' 공정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을 외부에 맡기는 'R&D 외주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합성생물학 시장은 2026년 323억 달러에서 연평균 23.4%씩 성장해 2036년 약 2575억 달러(한화 약 340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전체 시장의 45%인 1161억 달러가 제약·헬스케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의료 산업이 합성생물학 성장의 핵심 엔진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기존 유전공학이 자연 상태의 유전자를 미세하게 수정하는 수준이었다면, 합성생물학은 생물학적 부품을 처음부터 엔지니어링하여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능을 구현한다. 이미 mRNA 백신과 CAR-T 세포치료제가 그 상업적 가치를 증명했으며, 2026년 합성생물학 기반 단백질 의약품 승인을 기점으로 시장은 더욱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합성생물학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에 있다. AI 기반 설계와 자동화 로봇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를 결합할 경우, 설계(Design)-제작(Build)-테스트(Test)-학습(Learn)의 주기가 획기적으로 짧아진다. 이는 기존 R&D 생산성을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원스톱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으며, 에스티팜은 핵심 캡핑 기술을 통해 기술 자립도를 높였다. CJ제일제당은 전용 바이오파운드리를 가동해 균주 개발 기간을 단축 중이며,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통해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촘촘한 특허 장벽(IP Thickets)은 국내 후발 주자들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또한 실험실 내 소규모 성공이 대규모 상업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스케일업(Scale-up) 불확실성'도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보고서는 2030년 이후 합성생물학이 나노기술과 융합되며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2031년 바이오-나노 표적 치료제 등장에 이어 2034년에는 생물학적 프로그래밍 언어가 표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바이오 산업이 IT 산업처럼 모듈화되고 규격화되는 단계에 진입함을 의미한다.

결국 미래 바이오 시장의 승기는 '플랫폼의 표준화'와 '모달리티(Modality)의 다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의 바이오파운드리 국가 표준화 작업이 민간의 기술력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때, 한국은 2036년 1조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바이오 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신약 개발이 우연과 반복된 실험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정교한 '설계'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면 "앞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자체 R&D 인프라를 유지하기보다 검증된 플랫폼에 세포 설계를 위탁하는 '아웃소싱 고착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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