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자가 STI 검사 도입, 여성·모자보건 위협"
식약처 행정예고안에 "임상 현실 반영 부족·감염 관리 체계 붕괴 우려"
"자가검사 확대, 위양성·위음성·진료 지연 등 환자 피해 초래 가능성"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STI) 면역검사시약 품목 신설을 추진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예고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의사회는 해당 정책이 여성 건강과 모자보건,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임상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성매개감염병은 단순 개인 질환을 넘어 임신 예후와 신생아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는 공중보건 영역이다. 또 여성의 클라미디아 감염은 약 70~80%, 임질은 50% 이상이 무증상으로 진행돼, 단순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진단은 내진, 검체 채취, 핵산증폭검사(NAAT), 병력 청취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해야 가능하다.
의사회는 "자가검사는 검체 채취 오류와 검사 시점 문제로 위음성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골반염, 불임, 자궁외임신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자가검사 확대가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매독 감염 임신부는 선천성 매독, 사산, 조산 등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일 자가검사로는 감염 상태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클라미디아·임질 감염 시 신생아 폐렴, 결막염, 패혈증 위험이 높아지며, HIV·간염 등 동반 감염 관리도 필수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자가검사 결과만으로 산전 관리를 미루는 경우, 산모와 태아 모두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STI 진단은 증상 평가, 확진검사, 동반감염 검사, 치료 후 추적검사, 파트너 동시 치료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자가검사는 이 중 일부만 제한적으로 수행할 뿐이며, 이를 '진단 완료'로 오인할 경우 진료 지연과 감염 확산이라는 이중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와함께 위양성은 불안과 사회적 낙인을, 위음성은 감염 확산과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환자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또 자가검사 확대로 인해 국가 감염병 감시체계에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가검사 결과는 신고·역학조사 체계에 반영되지 않아 실제 감염 규모 파악이 어려워지고, 접촉자 관리와 수직감염 예방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는 건강보험, 산전검진, 보건소 검사 등 이미 높은 의료 접근성을 갖추고 있어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필요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예고안이 산부인과 등 관련 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의사회는 "진단 정확성, 임상 유효성, 신고체계 연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며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행정예고 즉각 철회 ▲의료계와의 협의 기반 재검토 ▲확진검사·신고체계 연계 마련 전까지 자가검사 확대 금지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여성 건강과 모자보건은 시장 논리가 아닌 전문 진료체계 안에서 보호돼야 한다"며 정책 방향의 전환을 촉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진단은 단순한 검사 결과가 아니라 병력·검사·치료·추적·파트너 관리까지 포함하는 종합 의료행위"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책임 있는 공중보건 관리 체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