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고혈압학회 "검체수가 인하 강행 시 개원가 붕괴"

제29차 학술대회 개최, '고혈압 시놉시스30' 출간과 디지털 진료 지견 공유
약가인하·CSO 전환 여파 학술 생태계 위축… "의학 발전 기반 무너질수 있어"

한국임상고혈압학회가 정부의 검체검사 상대가치 인하와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일차의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 축인 내과 개원가의 검사·진료 기반이 흔들릴 경우 결국 국민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임상고혈압학회(회장 이혁)는 17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29차 춘계학술대회 및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상대가치 조정안과 위·수탁기관 정산율 개편 문제를 핵심 현안으로 지목했다.

이혁 회장은 "현재 개원가 전체 검체수가 총량 약 1조6000억원 가운데 6000억원 이상이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위·수탁 분배 비율까지 정부안대로 고착화된다면 내과 개원가는 사실상 공멸 수준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모니터링이 필수인 고혈압·당뇨·고지혈증 환자 관리 체계가 위축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며 "단순 재정 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미 지난해 대구 추계학술대회 당시 회원 300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전달했으며, 향후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추가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약가인하·CSO 전환 겹쳐 학회 운영도 압박"… 제약 생태계 위축 우려

이날 반복되는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 산업과 학술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잇따랐다.

이혁 회장은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 압박과 CSO(영업대행사) 전환 등으로 운영 비용을 줄이면서 학술대회 후원 구조 역시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대부분 제약사 중심 부스였지만 지금은 AI 의료기기나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쟁규약상 학술대회 부스 비용은 10여 년째 330만원에 묶여 있는데 설치 기준 공간은 오히려 확대되면서 학회들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투명하게 운영되는 학술대회에 대해서는 학술 지원 규제를 보다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일중 상임고문 역시 "과거 약가가 20% 가까이 인하됐던 시기 이후 중소 제약사 상당수가 CSO 구조로 전환될 만큼 산업 충격이 컸다"며 "지속적인 약가 인하는 결국 신약 개발 여력 약화와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일괄적 약가 인하가 반복되면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 건강과 의학 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가독성 높인 '고혈압 시놉시스30' 출간… 가을엔 대국민 책자 나온다

일차진료의들의 진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학술 지침서도 공개됐다. 학회는 의학 학회 중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장 많은 단행본을 등재한 기록을 이어가며, 이번에 12번째 책자인 '알기 쉬운 고혈압 시놉시스30'을 발간했다.

류왕성 상임고문은 "연세가 드신 회원들이나 바쁜 일차진료의들이 진료실에서 핵심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30개의 꼭지로 요약 정리했다"며 "무엇보다 가독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큰 글씨로 시원하게 편집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번 춘계의 열기를 이어오는 11월, 광주에서 제30차 추계학술대회 개최하고 위험 상황이나 약물 복용법 등을 총망라한 대국민 고혈압 건강도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실제 진료 현장에 맞춤형인 실전 가이드라인 위주로 구성됐다.

은영 학술위원장은 "A룸은 고혈압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깊이 있게 다뤘고, B룸은 고령사회에 발맞춰 재택치료, 왕진 노하우(이기일 전 보건복지부 차관, 장현재 원장 강의) 및 AI를 활용한 최첨단 진료 기술을 세부적으로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유기동 이사장은 "대학병원에 비해 1차 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관리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학회가 재택의료나 왕진 수가 개선 등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회원들을 선도하고 홍보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학회가 추진해 온 유튜브 채널 '알기 쉬운 고혈압(알시고)'을 통한 대국민 숏폼 캠페인 성과는 세계 무대에 소개된다. 김귀숙 대외협력부회장은 오는 5월 20일부터 스웨덴 말뫼에서 열리는 '제31회 국제건강증진병원네트워크(HPH)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모범적인 고혈압 캠페인 사례를 구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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