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학회, B형간염 진료지침 개정…'간수치'에서 '바이러스 수치'로

중등도 바이러스혈증도 치료 권고…세계 최초 치료 기준 제시
질병관리청과 세계 간염의 날 행사 개최…간염 퇴치·간암 예방 전략 공유

(왼쪽부터)질병관리청 권승현 서기관(사회자), 호남권질병대응센터 김윤아 감염병대응과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혜원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장은선 교수

 

대한간학회가 B형간염 진료 패러다임을 '간수치' 중심에서 '바이러스 수치(HBV DNA)'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간암 위험이 높은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까지 치료 대상을 확대하면서 조기 치료를 통한 간암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한간학회(이사장 임영석)는 7월 28일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질병관리청과 공동으로 '2026 세계 간염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개정된 B형간염 진료지침과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등 국내 간염 관리 정책의 변화와 향후 과제를 공유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오늘의 간염, 내일의 간암'을 주제로 바이러스 간염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한 간암 예방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혜원 교수(대한간학회 정책위원)는 "이번 개정 지침의 핵심은 복잡한 면역학적 분류 대신 HBV DNA를 중심으로 질병 경과를 재정립하고,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간질환 진행과 간암 위험이 높은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까지 항바이러스 치료 대상으로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등도 바이러스혈증을 독립된 고위험 단계로 분류하고 ALT(간수치)와 관계없이 치료를 권고한 것은 대한간학회 지침이 세계 최초다.

학회는 국내 모델링 분석 결과를 근거로 이번 치료 대상 확대가 2035년까지 간암 약 4만3000건과 관련 사망 약 3만7000명을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새 진료지침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만성 B형간염 감염자는 약 12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진료를 받는 비율은 39.4%, 치료가 필요한 환자 가운데 치료를 받는 비율은 22.2%에 불과해 진단과 치료 사이의 공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어 발표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장은선 교수(대한간학회 정책이사)는 바이러스 간염 관리가 예방접종과 선별검사, 조기 치료, 치료 이후 간암 감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체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바이러스 간염은 예방과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간암 원인"이라며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치료 이후 지속적인 간암 감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본과 중국, 대만의 국가 간염 관리 정책을 소개하며 국가 차원의 선별검사 확대와 치료 지원, 추적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행사에서는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이후 변화와 지역사회 기반 간염 퇴치사업 성과도 함께 공유됐다. 질병관리청과 대한간학회는 패널토의를 통해 간암 예방 중심의 국가 간염 관리체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이번 B형간염 진료지침은 간수치가 아닌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치료 대상을 확대한 국제적으로도 앞선 가이드라인"이라며 "'중등도 바이러스혈증'을 새로운 치료 단계로 공식화함으로써 우리나라 B형간염 관리 수준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간염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국가건강검진과 개정된 진료지침이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간염 퇴치와 간암 예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