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급여화 10년…"복부 초음파 수가 왜곡 바로잡아야"

한국초음파학회 "상복부·심장 초음파 점수 500점 차이…현장 난이도 반영 못해"

초음파 건강보험 급여화가 시행된 지 10년을 바라보면서 검사 부위별 수가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원가에서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상복부 초음파가 실제 검사 난이도와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초음파학회는 초음파 수가체계 재평가와 함께 전공의·개원의 대상 실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초음파학회(회장 이규철, 이사장 곽경근)는 20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6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초음파 급여화 이후 수가체계의 문제점과 교육 공백 해소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학회는 초음파가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고 상급병원 전원을 결정하는 핵심 진단도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가체계가 실제 진료 현장의 노동 강도와 검사 난이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검체검사 위탁 제도 개편 등으로 개원가의 경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초음파 검사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복부 초음파 2024년부터 사실상 동결…"현장 현실 반영해야"

이규철 회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상복부 초음파와 심장 초음파의 상대가치점수 격차를 들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상복부 초음파는 2018년 급여화 당시 1,021점에서 1,174점까지 약 15% 상승했지만 2024년 이후 현재까지 상대가치점수가 사실상 동결된 상태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책 기조 속에서도 진단의 핵심 영역인 초음파 수가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며 "수가체계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복부 초음파와 심장 초음파의 일반검사 간 상대가치점수 차이가 약 500점에 달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회장은 "두 검사의 소요 시간이 20~30분 안팎으로 유사한데도 상당한 점수 차이가 발생한다"며 "대학병원 등에서는 보조 인력이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개원가에서는 의사가 직접 상복부 초음파를 시행하며 악성 종양 등을 감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의 난이도와 위험도, 의사의 직접적인 투입 정도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홍보부회장은 동일 날짜에 인접 장기를 함께 검사할 경우 두 번째 장기 검사에 대해 50%를 삭감하는 등의 산정 기준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대가치점수 동결 배경에 대해 곽경근 이사장은 "상대가치 개편 주기와 총점 고정 원칙 등 제도적인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초기 급여화 과정에서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관행 수가를 평균해 적용하다 보니 실제 진료 현장의 노동과 행위 난이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련 공백 대응…개원의·전공의 핸즈온 교육 확대

학회는 의료현장의 수련 공백으로 초음파 실습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전공의와 개원의들을 위한 교육도 강화한다.

이규철 회장은 "영상의학과 파견 수련만으로 초음파를 충분히 익히기 어려운 현실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며 "특히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사직 전공의와 초음파 경험이 부족한 개원의들의 핸즈온 교육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회는 기존 월 단위로 진행하던 '찾아가는 핸즈온 코스'를 확대해 올해 7월부터 두 달 주기의 '초음파 세미나'를 정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에 필요한 강사료와 모델 섭외비 등으로 재정 부담이 발생하지만, 초음파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학회 본연의 역할을 위해 교육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초심자를 위한 기초 핸즈온 교육과 함께 중급자를 위한 '라이브 데모'도 마련됐다. 단순한 기기 사용법을 넘어 실제 진단 과정과 임상적 판단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한의사 초음파·AI 활용에는 "교육과 임상 판단 중요"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문제와 AI 기반 초음파 기술에 대해서도 학회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 이후 일부 기기 제조사들이 교육을 시도했지만, 의학적 해부학 용어와 진료체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교육과 임상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본적인 의학 교육과 임상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음파를 활용할 경우 오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AI 초음파에 대해서도 아직은 숙련된 의사의 판단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곽경근 이사장은 "초음파는 단순히 촬영된 영상을 판독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자의 탐촉자 조작과 경험, 환자 상태 등 다양한 변수가 실시간으로 작용하는 검사"라며 "현재 AI는 표준화된 영상에 대한 판독 보조 수준으로, 숙련된 의사의 임상적 판단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차 의료기관에서 초음파 진단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정 수가와 검사 환경이 마련된다면 고비용 CT·MRI의 불필요한 촬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전공의와 개원의의 초음파 역량을 높이고 현장의 진료 수준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