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척추 진료 '이중고'…개원가는 관리급여, 대학병원은 중증도 보상

신경통증학회 신동아 회장 "신경성형술 관리급여 추진…치료 선택권·의료 접근성 위축 우려"
상급종합병원 중증 진료 확대에 척추질환 상대적 불이익…"KDRG·복잡 기준도 현실화해야"

통증·척추 진료 분야가 개원가와 대학병원에서 각각 다른 형태의 제도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도수치료에 이어 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영역의 관리급여 확대에 따른 진료 자율성·경영 부담을 우려하고 있으며, 대학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중심 개편 과정에서 척추질환이 실제 임상적 중증도에 비해 낮게 평가될 가능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대한신경통증학회 신동아 회은 제41차 추계학술대회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증·척추 진료의 현안으로 '개원가의 관리급여'와 '대학병원의 중증 보상'을 꼽았다.

신동아 회장은 "개원가는 관리급여 시대에 살아남는 것이, 대학병원은 중증도 보상체계에서 척추·통증 분야가 홀대받지 않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과제"라며 "결국 핵심은 국민의 치료권을 보장하면서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먼저 관리급여와 선별급여의 차이를 명확히 짚었다.

선별급여는 건강보험 급여 영역에 포함시키되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게 설정하는 제도다. 반면 관리급여는 과잉 이용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을 대상으로 행위료와 재료대 등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신 회장은 "비급여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이 행위료와 재료대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마다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관리급여가 되면 정부가 행위료와 재료대 등을 정하게 되고 의료기관은 정해진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수치료는 관리급여 시행과 함께 적응증과 횟수 등이 구체화됐고, 가격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됐다.

이와 관련해 신 회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환자 입장에서도 과거 실손보험을 통해 가능했던 치료가 앞으로는 선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결국 의원은 경영 악화, 환자는 치료 선택권 축소라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경성형술도 관리급여 전환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통증 분야의 변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신경성형술은 관리급여 시행 전 단계로, 관련 회의를 통해 적응증과 시행 횟수, 행위료 및 재료대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

신 회장은 "어떤 환자에게 시행할 것인지, 같은 환자에게 1년에 몇 회까지 허용할 것인지, 행위료와 재료대를 얼마로 할 것인지까지 국가가 정하게 된다"며 "통증 치료는 환자의 증상과 병변, 치료 반응에 따라 접근이 달라져야 하는데 횟수와 가격 중심으로 관리되면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급여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전문가와 학회가 진료기준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급여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까지 일률적인 기준으로 제한해서는 안되며, 적응증과 치료 결과를 바탕으로 질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은 '중증도 보상' 벽…척추질환 현실 반영 못해

대학병원이 마주한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중심 개편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등 고난도 진료에 집중하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증환자 비중과 진료 성과 등이 병원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 과정에서 척추·통증 분야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척추나 통증 질환은 상당수가 일반 또는 경증으로 분류된다.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도 중증질환 비중이 높지 않은 분야가 있다"며 "그러다 보니 상급종합병원이 중증도를 높이려고 하면 상대적으로 척추·통증 진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중증도 평가 기간에 척추·통증 관련 입원이나 수술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척추질환의 실제 위험도가 현재 분류체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후종인대골화증(OPLL)이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척추 뒤쪽의 인대가 골화되면서 척수를 압박하는 질환이다. 진행될 경우 보행장애 등 심각한 신경학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수술 과정에서도 신경학적 손상 위험이 높다. 하지만 현재 질병군 분류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분류되면서 실제 임상적 위험도에 비해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신 회장은 "척수를 심하게 압박해 수술 중 마비가 발생할 위험도 있고, 치료하지 않으면 보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질환인데도 분류상 경증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며 "척추뼈를 제거하고 나사못을 삽입하는 고난도 수술을 해도 중증이 아닌 일반 수준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KDRG부터 복잡 기준까지 손봐야"…척추 중증도 재평가 요구

학회가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KDRG 자체의 보완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중증도 평가에 활용되는 KDRG가 내과 질환 중심으로 설계돼 외과적 수술 난이도와 실제 위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은 "KDRG가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특성을 모두 반영해 완성된 체계라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외과 분야는 수술 난이도와 질병의 위중도가 실제 임상에서 느끼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복잡 기준의 현실화다. 복잡 기준은 일반·경증 질환이라도 동반질환이나 환자 상태 등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중증으로 인정하는 장치다. 하지만 현재 기준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만큼 현재 의료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신 회장은 "당뇨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거나 장기이식 이후의 환자처럼 같은 척추수술이라도 위험도가 훨씬 높은 환자를 중증으로 인정하기 위한 세부 기준이 있다"며 "이 기준 역시 현실에 맞게 다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 번째는 정책적 필요성을 반영한 중증도 조정이다. 신 회장은 난임시술 등을 예로 들며 "질환 자체가 중증이 아니더라도 국가 정책상 중요성이 높으면 별도의 기준을 통해 중증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있다"며 "초고령사회에서 척추질환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런 방식의 정책적 판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척추질환과 만성통증 환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척추질환과 통증 환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환자들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기 어렵게 만들면 전문병원이나 2차, 1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이동하게 되는데, 모든 의료기관이 고난도 척추질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학회가 정부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핵심은 환자의 치료권을 보장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학회는 관리급여와 상급종합병원 중증도 보상 문제에 대해 정부 및 관련 기관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보험 관련 워크숍을 통해 척추·통증 분야와 건강보험 관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관련 기관과 구체적인 미팅도 주선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