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치료 많이 했다고 삭감?…기준부터 밝혀야"

홍피부과의원 이건홍 원장, 5년 넘게 3000건 이상 이의신청·심판청구 대응
"치료할수록 삭감되는 구조 바꿔야…전문심사위원까지 심사 실명제 필요"

이건홍 대표원장

개원가에서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의사가 점점 줄고 있다. 미용 진료 중심으로 개원가가 재편되는 가운데 질환 치료를 이어가는 의사들이 낮은 건강보험 보상과 반복되는 진료비 삭감, 행정 부담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개원가에서 피부질환을 주로 진료하고 있는 홍피부과의원 이건홍 대표원장은 최근 수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삭감에 이의를 제기하며 수천 건의 이의신청과 심판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심평원 삭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부터다. 이 원장에 따르면 당시 전체 청구 건수의 약 30%가 삭감되는 상황이 이어졌고, 단순처치의 경우 상당수가 조정 대상이 됐다. 특정 질환이나 하나의 행위에 집중됐다기보다 여러 진료에서 반복적으로 삭감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건홍 대표원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삭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왜 삭감했는지는 의료기관이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의사도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진료기록과 상병·처치 코드를 갖춰 청구하고 환부 사진까지 제출했지만 '전문심사위원의 판단'이라는 취지의 답변만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달 청구액 30% 삭감…누적 이의신청만 3000~4000건

이 같은 상황은 약 5년 전부터 최근 1년 반 전까지 이어졌으며, 이 원장은 삭감된 진료비에 대해 이의신청을 진행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은 심판청구로 넘겼다. 누적 건수는 약 3000~4000건에 달한다.

특히 자신의 이의신청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삭감 코드가 제시되더라도 어떤 진료 행위가 어떤 기준에 따라 삭감됐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며 "결국 '전문의가 판단했다'는 설명만 듣고 다시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삭감 결과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이 결과를 납득하고 향후 진료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삭감 사유와 기준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삭감 대상도 특정 질환에 국한되지 않았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아토피피부염, 피부염, 찰과상, 두드러기 등 다양한 피부질환에서 삭감이 발생했고, 단순 처치나 소독 관련 행위부터 광선치료, 병변 내 주사 등도 삭감되는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동일 환자에게 치료가 반복되면서 삭감도 반복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약 150명의 환자가 5년 이상 진료를 받았는데 특정 환자의 청구가 반복적으로 삭감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어떤 항목이 기준에 맞지 않았다는 설명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진료한 행위 자체가 반복적으로 삭감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피부질환은 환자 상태에 따라 여러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물이 나는 아토피 환자는 드레싱을 하고, 피부가 두꺼워진 병변에는 병변 내 주사를 시행하며, 염증 범위가 넓으면 광선치료를 병행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러 치료를 시행했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삭감이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삭감 이후 대응에 들어가는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원장은 한 번에 약 800건이 삭감된 적도 있으며, 환자 한 명이 아니라 개별 처치 코드마다 소명자료를 준비해야 해 주말까지 관련 업무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폐쇄형 심사에서 벗어나야…판단 근거 공개해야"

이 원장은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현재 심사에 참여하는 전문의가 누구인지 의료기관에서는 알기 어렵고, 삭감 사유 역시 세부적인 설명 없이 코드와 전문심사위원의 판단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지금은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알기 어려운 폐쇄형 구조"라며 "전문의에게도 심사 실명제를 적용하고 심사 코드를 세분화해 왜 삭감됐는지 정확한 이유를 기재하는 '오픈형 심사'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올해 심평원 담당자들과 여러 차례 면담하며 문제를 전달했고, 최근에는 새롭게 청구하는 진료비의 삭감이 과거보다 줄어든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3000~4000건의 이의신청과 심판청구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 원장은 2019년 사건도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심판청구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원장이 수천 건의 이의신청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삭감된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의사가 필요한 진료를 했다는 이유로 진료를 줄이게 되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결국 이 원장이 요구하는 것은 삭감의 폐지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설명이 있는 심사다. 그는 "제가 피부질환을 계속 보는 이유는 환자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질환을 진료하는 의사가 계속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환자들도 갈 곳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