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 과학적 감시와 일상 속 예방이 답

[기고] 류승희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 바이러스검사팀장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일상을 회복한 지금도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염병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과 물을 매개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공중보건 문제다.

대표적인 원인 병원체인 노로바이러스는 흔히 겨울철에 유행하는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26년에는 이례적으로 여름철에도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크게 증가하면서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의 섭취뿐 아니라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분변에 의한 환경 오염, 감염자와의 접촉 등을 통해서도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이 가능하고 전파력이 높아서, 발생 초기 신속한 원인 규명과 함께 개인과 집단 시설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바이러스성 식중독 발생 추이를 면밀히 살피는 한편, 신속한 진단과 원인 규명을 통해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26년 8월 현재 연구원이 검사한 바이러스성 식중독 검사 건수는 총 3575건으로, 이미 2025년 한 해 검사 건수인 3038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노로바이러스 검출은 3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2건 대비 증가세(62.7%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름철 발생 양상이다. 과거 6~8월에는 노로바이러스 검출이 0~2건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2026년에는 같은 기간 141건이 검출되면서 예년과 다른 이례적인 하계 증가 양상이 확인됐다.

이번 유행의 특징은 단순히 검출 건수가 증가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원은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통해 2026년 유행에서 노로바이러스 GII.3 유전형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의 계절적 유행 양상과는 다른 특징으로,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지속적인 감시와 원인 규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발생 장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특징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전체 양성 건수 가운데 72.1%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발생했으며, 학교를 포함한 영유아·학생 관련 시설에서 확인된 양성 비율이 97.6%에 달했다. 이는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와 학생 시설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집단식중독 원인 규명, 신속한 진단이 핵심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높은 전염력으로 인해 한 명의 감염이 집단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발생 초기의 신속한 검사와 원인 규명은 추가적인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핵심적인 대응 수단이다.

연구원은 식중독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검사를 수행하고, 검사 결과를 자치구, 서울시 식품정책과, 질병관리청 등 관계 기관과 공유해 환자 관리 및 환경 관리 등 후속 조치가 적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와 같이 평년과 다른 계절적 발생 양상이 나타날 때는 단순한 양성·음성 판정을 넘어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유행의 특성과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감염병의 발생 양상을 이해하고, 고위험 시설을 중심으로 예방 및 관리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앞으로도 연구원은 기후와 생활환경의 변화, 바이러스 유행 양상의 변화에 대응해 신속·정확한 진단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서 과학적 검사와 분석을 통해 시민의 건강을 지키고, 새로운 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 나갈 것이다.

바이러스성 식중독, 일상 속 예방이 가장 중요
바이러스성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관의 신속한 검사와 대응뿐만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생활 속 위생 수칙 실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알코올 성분의 손소독제만으로 충분히 제거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화장실 사용 후나 음식 조리 전·후, 식사 전에는 흐르는 물과 비누를 이용해 손가락 사이와 손톱 밑까지 꼼꼼하게 씻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특히 굴 등 패류는 충분한 가열을 통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으므로,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셋째, 안전한 물을 마셔야 한다. 지하수나 출처가 불분명한 물은 그대로 마시지 말고, 충분히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 집단 시설은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시설에서는 한 명의 감염이 다수의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분변을 처리할 때는 장갑과 마스크 등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오염된 주변 환경을 염소계 소독제로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특히 구토물은 처리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주변 환경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신속하고 적절한 처리가 중요하다.

또한 문손잡이, 수도꼭지, 장난감, 책상 등 여러 사람이 자주 접촉하는 표면은 주기적으로 청소·소독​해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더욱 세심한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토·설사 등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집단생활을 피하고, 증상이 회복된 후에도 일정 기간 등원·등교 및 조리 업무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감염자의 회복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다.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위생 수칙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구원의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와 과학적인 감시체계, 그리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함께 이뤄질 때 바이러스성 식중독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을 안전하게 익혀 먹으며, 감염 의심 증상이 있을 때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보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