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심장질환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방세동과 뇌졸중 발병 위험을 좌심방의 기능적·혈역학적 변화에 따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새로운 병기 체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팀(공동연구: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비후성 심근증 환자 705명을 장기 추적 관찰해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을 종합한 '좌심방 4단계 병기 체계'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 본지인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제시한 병기 체계는 ▲1기(정상) ▲2기(과보상) ▲3기(기능 저하) ▲4기(탈진)로 분류된다. 분석 결과,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상승할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83배씩 증가했으며, 10년 누적 심방세동 발생률은 1기 4.8%에서 4기 49.1%로 가파르게 상승해 4기 환자의 발병 위험이 1기 대비 최대 7.4배 높았다.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 역시 병기당 1.81배씩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6년 후 추적 검사가 가능했던 환자군 분석에서도 대상자의 83.4%가 동일 병기를 유지하거나 상위 단계로 진행해, 연구팀이 정의한 병기 진행 순서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아울러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425명을 대상으로 한 외부 검증 코호트에서도 일관된 위험도 증가율(단계당 1.82배)을 기록해 clinical 가치를 재확인했다.
서울대병원 임재현 교수(순환기내과)는 "이번 연구는 좌심방이 높아진 압력에 적응하다가 결국 한계에 이르는 과정을 4단계로 보여준 것"이라며 "각 단계에서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 시점을 찾고, 고위험 환자의 심방세동과 뇌졸중을 조기에 예방하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순환기내과)는 "좌심방은 그동안 좌심실 기능을 반영하는 수동적인 지표로만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스스로 적응하고 소진되는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독립된 두 환자군에서 이 지표를 바탕으로 한 병기가 심방세동 예측에 일관된 가치를 보인 만큼, 앞으로 심초음파 판독 과정에 이 병기 평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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