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정부의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초진과 병원급 의료기관, 지역 밖 진료 허용 범위를 확대해 비대면진료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19일 "법률이 정한 예외를 하위법령으로 넓히는 것은 법률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에 개정안을 4대 원칙에 맞게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회원들의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까지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의협이 강조한 원칙은 대면진료 우선,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다.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하고 개정 의료법에 반영한 제도적 원칙이 시행규칙 개정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15년 만에 이룬 합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정부가 법률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예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초진 비대면진료의 지역 제한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환자 주소지와 같은 시·도 전체에서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 전역이나 경기도 전역이 각각 하나의 동일 지역으로 묶이면서, 이상소견이 발견됐을 때 가까운 의료기관의 대면진료로 연계하려는 지역 제한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동일 지역의 범위를 시·군·구 단위로 좁히고, 지역 밖 진료 예외는 희귀질환자와 교정시설 수용자 등 필요성이 명확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초진 환자의 처방 일수 확대도 문제 삼았다. 개정안은 해당 질환의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초진 환자에게도 한 차례에 한해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직접 진찰 없이 이뤄지는 초진 처방을 7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한 차례라도 경과 확인 없이 한 달 치 약을 처방하도록 허용하면 7일 제한 원칙이 무력화되고, 비대면 초진이 장기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초진 30일 처방 조항을 삭제하고, 불가피하게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처방 기간을 14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가 확대된 점도 비판했다.
의협에 따르면 법률은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 환자 등 불가피한 경우를 중심으로 병원급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지역 밖 진료 예외 14개 유형을 비롯해 시술 후 환자, 항암·장기이식 환자, 13세 미만 아동의 야간·휴일 경증 진료, 임상시험 참여자 등으로 허용 대상을 확대했다.
의협은 "병원급 진료 허용 대상을 법률에서 정한 예외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에도 허점이 있다"며 "개정안은 비대면진료 비율을 30%, 의사 1인당 월평균 진료 건수를 500건으로 제한하면서도 평일 오후 8시 이후와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공휴일 진료는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이러한 예외가 야간·휴일 중심의 비대면진료 전담 운영을 막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대면진료 비율과 진료 건수를 산정할 때 야간·휴일 진료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비대면진료가 편의성과 산업적 논리에 따라 확대될 경우 환자 안전을 위한 장치를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한 기본 원칙을 바꾸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범위에서만 허용될 때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개정안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문제점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회원과 함께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입법예고 기간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개정안을 바로잡아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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