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 엑스레이로 심장 기능 저하 예측…설명 가능한 AI 개발

용인세브란스병원 연구팀, 기존 영상 판독 AI 활용해 예측 성능 개선

흉부 엑스레이(X-ray) 영상만으로 심장 기능 저하 가능성을 예측하고, 인공지능(AI)이 판단에 활용한 주요 영상 소견까지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됐다. 심장초음파 검사 접근성이 낮은 의료기관에서 심장 기능 저하 의심 환자를 선별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인현·배성아 교수와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윤덕용 교수 연구팀은 흉부 X-ray를 이용해 심장 기능 저하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성능을 검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심장의 혈액 공급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좌심실 박출률(LVEF)은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로 측정하지만, 검사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시행에 제약이 있다.

연구팀은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흉부 X-ray에 주목했다. 흉부 X-ray에서는 심장 비대나 폐에 물이 차는 흉수 등의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영상 소견만으로 실제 심장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모델을 개발해 성능을 비교했다. 첫 번째는 흉부 X-ray 영상 전체를 직접 학습해 심장 기능 저하를 예측하는 직접 딥러닝(DDL) 모델이다. 두 번째는 기존 영상 판독 AI인 '루닛 인사이트 CXR'의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딥러닝(HDL) 모델이다.

HDL 모델은 영상 판독 AI가 심장 비대, 흉수, 폐경화 등 8개 이상 소견을 분석해 점수화하고, 별도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이를 종합해 좌심실 박출률 저하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모델 개발과 내부 검증에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흉부 X-ray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2주 이내에 시행한 환자 1만152명의 자료가 활용됐다. 이후 2022년 3월부터 9월까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이나 외래를 방문한 환자 505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검증을 진행했다. 외부 검증에는 서울대학교병원 환자 3,657명의 자료를 사용했다.

검증 결과, 모델의 판별력을 나타내는 AUROC는 HDL 모델이 0.85로 DDL 모델의 0.61보다 높았다. 응급실·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검증에서도 HDL 모델은 0.85, DDL 모델은 0.57을 기록했다. HDL 모델은 외부 검증에서도 0.73의 AUROC를 나타냈다.

특히 좌심실 박출률이 30% 이하로 크게 저하된 환자를 구별하는 성능은 내·외부 검증에서 모두 0.83~0.86 수준을 보였다. HDL 모델의 특이도는 90~97%, 음성예측도는 91~98%로 나타났다.

이는 심장 기능 저하 가능성이 낮은 환자를 구분하고, 추가적인 심장 기능 평가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다만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AI의 예측 결과뿐 아니라 판단에 영향을 미친 근거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AI 분석 기법을 활용해 심장 비대, 흉수, 폐경화 등이 주요 예측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각 영상 소견이 심장 기능 저하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시각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AI의 예측 근거를 이해하고 판단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정인현·배성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판독 AI의 분석 결과를 활용해 심장 기능 저하를 예측하고, 판단에 영향을 미친 소견까지 확인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추가적인 임상 검증을 거쳐 응급실이나 심장초음파 검사 접근성이 낮은 의료기관에서 심장 기능 저하 의심 환자를 선별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나이와 증상, 혈액검사 결과 등 임상 정보를 함께 활용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적용 효과를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연구비(6-2022-0076)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