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년 3개월이 되었을 때 갑자기 이혼하자는 제의를 받은 박동진은 예상했던 것처럼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추궁하지도 않았다 물론 윤우일의 이름도 그때까지 둘의 입에서 나온 적이 없다 다시 박동진의 목소리가 김희연의 귀를 울렸다[어제 학교로 그놈을 찾아갔었어 뭔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소득은 없었어][][나에 대한 반감쯤이야 내가 당해내겠지만 네 걱정이 되어서][][그놈은 다른 할 일이 있다고 했지만 알 수 없어 그 속을 다만]박동진이 힐끗 김희연을 보았다[또다시 너나 내가 그놈 페이스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우리가 왜]머리를 돌린 김희연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박동진을 보았다[덫에 걸린 건 우일 씨라는 생각 안 들어]박동진이 눈만 껌뻑이자 김희연은 입술 끝을 올리며 웃었다[제가 파놓은 구덩이에 자신도 모르게 빠진 것 같지 않아][그놈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나도 알아]어느덧 정색한 김희연이 박동진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전과는 달라 우일 씨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던간에 우린 무시하면 돼]박동진이 차가운 표정의 김희연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그것은 윤우일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놈은 입술을 뒤틀면서 말했었다[기회가 좋아 걔 기질이 다시 발동을 시작했을 것이 틀림없을 테니까]그리고는 화냥년 기질이라고 결론을 내었던 것이다[당신은 좋은 사람이야]김희연의 부드러운 시선을 받은 박동진이 어금니를 물었다 하필이면 왜 그놈 말이 떠오른 다음에 저런 시선이 온단 말인가[저기야]황준수가 가리킨 곳은 산모퉁이의 바위 투성이 공지였다 산자락에서 진달래가 어지럽게 피어 있어서 풍광은 그럴 듯 했지만 아래쪽에는 개울까지 흐르고 있다 윤우일의 눈치를 살핀 황준수가 찌푸리듯 웃었다[이 사람아 저 바위네 개울은 며칠이면 없앨 수 있다네 문제는 저 위치라구]그들은 자갈밭을 걸어 공지로 더 다가갔다 그러자 이곳 저곳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드러났고 바람결에 악취까지 풍겨 나왔다 황준수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쓰레기 더미를 등지고 앞쪽을 가리켰다[보게 저쪽 아파트 단지에서 곧 이쪽으로 10차선 도로가 뚫려 그러면 이 공지는 도로가의 금싸라기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