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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문의” 유한양행 광고 파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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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2 08:33:42

1920년이후 일제시대 약선전 무법천지
‘영약.완전조치.불재발’등 과대표현 극성


예나 지금이나 광고는 상품 판매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신문 이나 방송 매체가 부족하고 보는 사람이 적은 과거에도 이들 언론을 이용한 광고는 대단했다. 재미 있는 광고 한 토막을 옮겨보자.
1935년 2월 조선일보에 유한양행은 ‘네오톤 토닉’ 광고를 했다. 이 광고는 오늘날에도 음미해 볼만한,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이 있는 듯 하다. ‘Consult With Your Doctor’ (의사에게 문의하라)는 다소 도발적인 표제를 달고 있는데 내용는 이렇다. “병마와 허약에 고통하는 대중이여!! 인생이 허약과 병고 중에서 헤매일 때에는 속히 병마를 박멸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참다운 인생의 행복을 다시 오게 할 만한 효력을 가진 진실한 치료제와 강장제(보제)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허다한 치료제와 무수한 강장제가 있어서 제현의 판단을 어지럽게 할 따름이고 환자 자신이 적제(適劑)를 취택(取擇)하기는 차라리 잡사(雜事)요 도리어 일종의 모험입니다.
폐행은 우리 민중 위생의 향상을 위하여 우금(于今)근십 개성상을 세계 각국에서 진실한 치료제와 확실한 보제 등을 광구(廣求, 널리구함) 동양 각국 의료계에 제공하여 오던 중 강장제로는 명효가 공고한 네오톤 토닉(Neotone Tonic)을 미국에서 직 수입하여 다년간 판매 하옵는바 네오톤 토닉의 효과는 만천하 애음가의 건강에 재(再)건설적 효과를 드리는 바 이오니 병마와 허약에 고통을 받는 각위(各位)여!네오톤 토닉을 복용 하시려면 먼저 그 진가를 의사에게 문의 하시고 복용하시오.
의사는 다년간 의약과 의학에 대하여 과학적 연구와 장구한 경험을 가졌음으로 네오톤 토닉의 진가와 귀하에게 적(適)부적을 가장 공평하게 판단하여 줄 수 있는 공정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이 광고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표제인 ‘의사에게 문의하라’는 대목이다. 의약분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당시 였지만 의학에 대해 다년간 연구한 경험이 있는 의사에게 문의해 약효를 확인한 후 복용하라는 광고는 60년이 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광고카피로 인식되고 있다.
과대 과장 광고도 심했다. 일제 강점기인 20년대와 40년대는 순수한 영업광고인 경우 성기(性器)에 관한 표현 등 외에는 거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광고를 할 수 있었다. 1933년 과대 과장 광고에 대한 단속규정이 발표되고 신문 사설이나 기사 중에도 이 규정에 대한 보도가 있었으나 실제로 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보면 이런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광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30년대 말부터 유한양행 광고 책임자였던 강한인의 증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질문- “광고에 대해 정부나 당국에서 간섭 한다든지 규제하든지 하는 것은 없었죠.”
답- “완전 자유죠. 그져 마음대로 이쪽(광고주)에서 할 수 있었겠죠. 광고라는 것이 당시에는 스페이스를 크게 잡지 못하고 크다는게 2단 정도 였는데 그 당시 몇 개 회사가 광고를 했는데 백보환이라고 한약이지요. 또 이름이 신기신성당 이었고 그 사람들 광고는 상당히 당시 규범을 벗어나 광고를 해요.어떻게 하느냐 하면 백광(白光)같은 잡지 전 페이지에 시골서 온 고맙다는 편지를 싣어요. 일종의 복용담. 영어의 이른바 테스티모니얼(Testimonnial)이죠. 그것이 지방에서 크게 어필해 백보환이 굉장히 많이 팔렸죠.아주 원색적인 광고로 아주 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스타일하고는 다른 광고죠.”(신인섭·서범석 한국광고사. 1988. p.194)


비교광고도 중요한 수단


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약 광고는 거의 무법 상태나 다름 없는 광고표현들로 넘쳐나고 있다. 화평당약방은 22년 10월 4일자 광고에서 “태양조경환(胎養調經丸)을 쓰고 병을 고치신 부인과 아기를 낳으신 부인이 부지기수입니다.” 고 표현했고 28년 6월 2일자 동아일보에 천은당(天恩堂) 대약방은 특제 매창환(梅瘡丸) 광고를 하면서 “ 본제는 남녀 매독 전치에 영약으로 다년 누(累,여러) 시험해 온바 제 1, 2, 3기 매독에 606호 주사로 무효한 시(時)와...매균을 박멸하며 영영거근(祛根, 뿌리채 사라짐) 갱(更 다시) 불재발 은 선복(先服, 먼저 복용한)제씨가 고언하는 바요...” 라고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임질 영효환(靈效丸)은 “본제는 남녀 임질의 영약으로... 급성임질 만성임질에 신효해 복용일로부터 효력이 위대해 완전 조치됨에 신효한 영약이오.”라고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상교성대당본점은(商橋盛大堂本店)은 28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에 “ 임질로 고생하시는 제군이여, 이것 저것에 미혹함은 제일 위험합니다. 즉각, 특제 토리이토를 복용하시면 귀하의 고통과 불안은 그날부터 나아져서 반드시 치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은 확연한 일입니다” 고 다른 약은 모두 소용없고 자신들의 약만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41년 매일신보에는 백보환, 부인백보환 광고가 실렸는데 “ 여섯가지 특효 가운데는 5번째 폐와 심장에 폐와 심장이 건전 하여져서 기침병 폐병 숨찬증 같은 것에 절대로 걸리지 않는다”고 했으며 경성도약방은 41년 10월 3일자 매일신보에 임약에 대해 “ 100만의 선전보다 복용자 전부가 증명하고 있다. 10년 이상 된 임질과 부인병... 불과 4,5일 전·후 내복으로 남녀 뿌리를 빼논 세계적 독특 비약 출현” 이라고 광고할 만큼 일제 시대는 약 광고의 천국이었다.
47년 한 신문을 보면 “고장환 광고로 서민을 울리는 매약 7천9백종, 보건후생부 1년간 적발 통계”라는 3단 기사가 실려 있다. 당시 과대·허위광고가 얼마나 극성을 부렸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기사를 풀어보면 “요즘 ‘절대완치약’ 이라거나 또는 ‘세계적 명약’ 이라는 등 고장한 광고로 민중을 기만하는 악질 매약업자와 허가도 없이 엉터리 약을 만들어 파는 악덕한 사람이 많아 보건후생상이 중대한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보건후생부에서 단행한 작년 9월 이후 금년 8월 까지의 부정 약품 취체 실적을 보면 적발 총 건수는 무려 7,976건이나 되는데 한약종상이 5,110건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다음이 매약청매업자로 1,388건으로 2위 3위는 양약종상으로 625건 다음이 약제사로 560건 매약업자 126건 제약업자 81건 매약부의총업자 76건 순으로 되어 있다. 보건후생당국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엉터리 매약에 대해 엄중한 감시를 계속할 것이라고 하며 일반시민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엉터리선전 매약 7,900종 적발


한편 해방전 신문광고 요금표는 따로 없었고 신문 제목 아래에 구독료와 함께 매일 게재 됐다. 광고 거래 방식은 광고주별 비밀단가제 였고 일본어로는 모찌 단가라 했다. 의약품 단가는 다른 광고에 비해 가장 쌌다. 이는 약광고는 우선 광고량이 많았고 게재면이나 게재 일자를 지정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광고 거래 단가는 요금표상의 가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상황은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 였는데 일본의 광고 대행사 덴쯔가 펴낸 일본 광고 발달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광고료가 1행 60전 규정이므로 신문 1단을 110행으로 쳐서 66원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잘못으로 극히 작은 광고에 대해서도 우선 1할은 반드시 할인한다. 이 할인율이 2할, 3할로 되는 것은 괜찮은 편이고 동경에서 1행당 60전을 표방하는 신문은 그 광고가 의약품·화장품이면 1단 66원인 규정인데도 겨우 10원을 받고도 실어주는 신문사가 2,3사는 있다. 심한 경우는 단돈 5원을 받고도 기꺼이 접수하는 사가 한 둘은 있다. 그런데도 규정은 60전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의약품과 화장품은 큰 광고를 내기는 하나 각종 광고 중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정해져 있다.” 고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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