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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도 서둘러 조선약제사회 결성
좌우익 이념 피바람 약업계 큰 영향

약학교육의 효시는 1918년 일제가 세운 조선약학교다. 2년제 였던 조선약학교는 26년 3년제로 바뀌었고 28년 경성약학전문학교로 승격되면서 남녀공학을 폐지하고 44년 15회 졸업자 까지 일본 내무성에서 약제사면허를 받게 했다. 해방 후 경성약전은 시립서울약학대학으로 개편됐다.
초대 서울약대 교장은 도봉섭이 맡았고 교무과장은 이남순, 학생과장 심학진, 교수에는 신덕균·민태완·이민재 등이 임명돼 학교를 운영했다. 그러나 좌·우익의 대립, 신탁통치(45년 12월 미국 영국 소련 3국의 외상들은 모스크바에 모여 미·소 공동위원회 설치, 미 영 중 소에 의한 최고 5년간 한국의 신탁통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민족의 역량을 무시하고 독립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공산당도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나중에 소련의 입김으로 찬탁운동으로 돌변했다. 반탁과 찬탁으로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으나 미·소 공동위원회의 의견대립으로 신탁통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등 어수선한 사회상은 계속돼 학교 운영은 정상적일 수 없었다.

미군정 양도 반대

당시 일본은 학교를 미군정에 양도하려 했으나 한국은 하나밖에 없는 약학교육 기관이라는 이유를 내걸고 강력히 반대했다. 당시 졸업반 학생은 2년 반을 수업했고 앞으로 반년을 더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었다. 이에 일본은 학교를 양도하면 반년을 더 공부하지 않아도 졸업장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한국인 학생들은 이를 거절했다. 일본인이 주는 일본인 이름의 졸업장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3년을 채운 다음 한국인 교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았다. 하지만 학교 운영자금은 고갈이 나서 제대로 된 학교교육은 불가능했다. 일본인이 남기고간 것은 통장에 남아있는 10원이 전부였다. 도봉섭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는 해방전부터 알고 지냈던 상해에서 사업으로 돈을 번 강일성을 재단 이사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그 역시 학교를 살릴 만한 자금을 내놓지 못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좌·우익의 싸움으로 이남순 신덕균 임길상 서민석 등이 물러나는 우여곡절을 닥쳤다.
그 무렵 해프닝이 일어났다.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서 이름을 바꾼 서울신문 등은 이진수가 사재 1억6,000만원을 학교재단에 기부했다는 내용을 싣었다. 그러나 이진수 역시 강일성과 마찬가지로 돈이 없어 기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그는 이사장이라는 감투를 이용해 선거운동에 열중하고 학교 운영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이진수를 끌어 들였던 도봉섭 심학진 등이 배격운동을 벌였으나 정치적 수완가였던 그를 당해 내지 못하고 도리어 그들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운명을 맞았다.(이진수는 뒤에 경기도 양주군에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45년 10월 26일에는 현 제약협회의 전신인 조선약품공업협회가 결성됐다.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38선으로 국토가 동강나고 좌·우익의 극심한 혼란상이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약업계가 제약공업의 육성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였다.

친일파 경력 오명

해방 당시 제약사는 225개에 이르렀지만 제약공장을 갖춘 곳은 10여 곳에 불과했고 자본금 10만원이상 되는 업체는 20개에 머물정도로 국내 제약시장은 열악 했지만 65명의 인사들은 뜻을 한데 모았다.
전용순 전항섭 유명한 이덕휘 이경붕 김종건 이동선 정복용 김일영 신호균 조인섭 조종국 등이 중심인물이었다. 이들은 초대 위원장에 전용순, 부위원장에 김종건·이경붕 서기장에 정복용을 뽑고 서대문구 정동 1번지(현 구세군 대한보영 2층)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같은 해 약사들도 모임체를 결성했다.
45년 서울에 있던 40여명의 약사들도 서둘러 조선약제사회( 해방전 약사단체인 고려약제사회는 36년 정기총회에서 회장에 이경붕, 부회장에 이호벽을 선출한 후 38년 까지 회무를 진행했으나 중일 전쟁 등 내외 사정이 복잡해지자 40년 13회 총회를 마지막으로 일시 중단했다.)를 만들고 초대회장에 이경붕을 선출했다. 부회장에는 김종건·차상철이 맡았다.
회장단 3인은 모두 제약업자 였다. 사무실은 이경붕의 제생당약방을 임시로 빌려 사용했다. 그러나 좌익계 인사들은 이경붕 회장이 친일파이며 경성부 의원을 역임했으므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사무실에 나올 수 없었고 46년 초 이사회를 열어 황도연을 새 회장으로 선출 했으나 이번에는 우익의 반대로 두달을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김종건이 회장직무 대리를 수행했다. 약제사회 2회 정기총회는 46년 4월 20일에 실시됐는데 이때는 다시 좌익이 득세해 회장에 도봉영 부회장에 심학진·차상철이 임명됐다. 우익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해 11월 서울약제사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약학자들 조선약학회 창립

47년 3회 총회에서는 자선당제약 김일영이 회장을 이경붕·함승영(청산제약 사장)이 부회장에 선출돼 다시 우익이 좌익을 몰아내고 주도권을 잡았다. 한편 해방 당시 122명에 불과했던 약사는(남자 118명 여자 4명) 46년에는 300명 47년 615명 48년 716명 49년 735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북한에서 월남해온 약사와 일본 등 외국에서 귀국한 약사수를 더했기 때문이다.
약학자 36명도 46년 4월 13일 서울약대에 모여 조선약학회를 창립했다. 회장에 도봉섭 부회장에 한귀동 간사에 심학진·허영 평의원에 이세남 홍원율 김녹환 오상흠 신덕균 이호벽 장배현 우인근 고인석 채예석 이길상 등을 선임하고 학술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념의 피바람은 약학회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업었다.
49년 좌익은 김기곤 김종건 함승영 김일권 이경붕 김일영 정동하 이동선 정진웅 등 10여명에게 살해 통고장을 보내고 1차로 김일권을 살해하기도 했다. 우익 역시 이에대한 보복을 감행했는데 이같은 좌·우익의 대립은 48년 정부수립후 잠잠해 졌으나 6.25 와중에 다시 극성을 부렸다. 일시적으로 남한을 점령한 좌익들은 일제 때 위생시험소에서 근무했던 김덕수와 국제 공산당원이었던 임중호를 앞세워 보건부를 접수했다.
여기에 좌익계열 이었던 심학진 차상철 한윤수 도봉섭 유영규 지용식 김동원 황진섭 정연창 등이 가세해 제약공장을 인민 제 00호 공장 등의 이름으로 제약사 명칭을 바꾸기도 했다. 멕아더의 인천상륙 작전 성공으로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되자 좌익진영은 자진 월북했다.
이때 북은 우익인사 였던 이경봉 이동선 김흥쇄 등을 북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 남한은 좌익에 대한 복수의 일환으로 부역자 심사위원회를 열어 위원장에 정치우, 심사위원에 김종건·김기곤을 임명하고 월북한 차상철의 신흥제약소에 사무실을 차렸다. 좌와 우 모두가 서로 물고 뜯는 참으로 슬픈 역사가 약계에서도 벌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