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료시스템·인프라 재정비 시급

[창간54주년 기획2/ 보건산업 新성장동력] 국내 의료계 감염병 대책

 팬데믹 상황 전세계 'K-방역' 주목

 전문인력·시설 부족 등 문제 산적

 의대정원 증원·원격의료 수면 위로

20세기 이후 3번째로 찾아온 팬데믹. 코로나19의 공포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크게 위축시켰다.

우선 초기 확산을 이겨내고 잘 막아내고 있는 한국의 'K-방역'이란 이름으로 세계가 주목했지만 의료는 그렇지 않았다.

의료시스템과 전문인력 부족의 문제점은 특히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음압병실을 비롯한 의료 인프라에 대한 준비부실은 2000여명의 신종코로나 확진자들을 병실 밖에 머물게 했고, 사태 초기 사망자 속출과 무관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2차 감염 확산 가능성을 앞두고 부족한 병실, 의료인력이나 열악한 의료진의 노동조건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코로나19 환자 뿐 아니라 다른 질환자의 피해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아직까지 효과와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언제든 2차, 3차 유행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감염병 상시 대응 진료체제 마련 등과 같은 의료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효과적인 중환자 진료를 위한 컨트롤 타워를 수립하고 공공의료를 함께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공공의료 수준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많은 나라에서 안정된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시스템을 포함한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것도 입증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료 인력의 문제, 감염병 환자 격리시설과 치료시설 부족, 치료와 예방약 개발 등 산적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십수년 동안 이해관계에 묶여 손대지 못했던 의과대학 정원을 하루빨리 증원해 부족한 의료전문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필수 의료인력 확보를 명분으로 ‘의대정원’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되기도 한다.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2015년 12월 29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감염병전문병원 운영이 입법화 됐다. 감염병전문병원은 감염병의 연구·예방, 전문가 양성과 교육, 환자의 진료와 치료 등을 위한 시설, 인력과 연구능력을 갖춘 병원으로, 국가가 설립하거나 지정해 운영된다.

하지만 애초에 5개 권역으로 나눠 5개 병원을 설치를 목표로 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전국의 의료기관 중 단 두 곳만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해 구색 맞추기식 행정이라는 비난이다. 현재까지도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2017년도 2월에 국립중앙의료원, 2017년도 8월에 조선대병원 단 두 곳만 지정했을 뿐 나머지 권역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지금부터라도 의료전달체계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은다. 언제 또 어떤 전염병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역거점병원 활성화와 요양병원 관리의 현실화를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신종 감염병 등에 대비하려면 지역 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경증환자의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 방문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장기간 코로나19 대응태세로 지친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제한적 운영 등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대책 마련 시급성이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병상·인적·물적 자원 동원체계 구축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태세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

의료계는 “서울·경기지역에서는 하루에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 여러 지역에서의 동시다발적 확진자 발생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예비 임상인력을 확보해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 조정에 대한 사전 조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실행능력 확보 및 확인을 위한 실전 가상훈련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지고, 언택트(untact, 비대면)문화가 확산되면서 ‘원격의료’ 이슈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앞서 정부는 의료기관 이용에 제한이 있는 일부 도서산간 지역이나 군부대, 노인·장애인 환자 등 의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나,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료기관을 방문하기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전화 상담‧처방제도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원격의료 이슈가 재등장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잠재돼있던 원격의료 수요가 드러난 것이다.

지금까지 원격의료는 의사들의 반대로 인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이슈가 사그라들었으나, 최근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면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어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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